[임철순 칼럼] 박근혜 반대로만 하는 대통령

입력 2017-01-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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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새해 첫날부터 기분 잡쳤다. 청와대 출입기자 초청 신년 간담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왜 나쁜 대통령이며 무자격자인지 더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보도를 원하면서도 녹음과 촬영을 금지하고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고 말했다는데 놀랍기보다 기분이 나쁘다. 다 헌재를 향해 한 말이겠지만, 갑자기 불려간 기자들만 안쓰러웠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지금 추세로는 이 절차가 빨리 진행될 것 같다. 헌재가 인용을 하든 기각을 하든 대선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걸까. 언론사마다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비슷하다. 이런 추세가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일까.

그러나 알 수 없다. 대선이 있던 해의 신년 여론조사와 실제 대선 결과는 꽤 달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전 의원이 대세로 보였던 2002년의 최종 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겨우 1.2%였으나 대역전극을 이루었다. 2012년엔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여론조사별로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안 원장은 결국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다. 올해에는 지지율이 더 요동칠 수 있다. 지지율이 높은 경우 절대로 안 뽑겠다는 비호감도 역시 아주 높다.

다음 대통령은 박 대통령 같지만 않으면 되는 것일까. 일단은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노 전 대통령 다음에 당선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노 전 대통령과 반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당선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지 않은 건 답습하고 좋은 점은 받아들이지 않은 잘못이 크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한 일 중 잘못된 건 내치고 박 대통령이 하지 않은 일을 하면 새로운 리더십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절대로 박 대통령처럼 하지 말고 인사를 제대로 하라.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권한이 정지될 때까지 이틀에 한 명꼴로 25명의 공공기관장을 임명했다. 정말 얌체 같은 짓이다. 필요하니 인사를 했다고 쳐도 그중 16명이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사람이었다. 이런 게 문제다. 낙하산 인사를 지양하고 뭘 어떻게 하고…. 대선 공약은 다 거짓말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사람을 알맞은 자리에 앉혀 “경제는 자네가 대통령이야” 하는 식으로 전권을 주어 소신껏 일하게 하고 인사권을 존중해 주어라. 각료들과 토론도 하고 농담도 하고 웃고 웃기기도 하라. 필요하면 해당 업무의 전문가나 장관에게 상석을 양보하고 옆에 쪼그려 앉아 일이 잘되게 하라. 저녁에 혼자 놀지 말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술도 좀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라.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은 말이 되게 말을 하고 글이 되게 글을 쓰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간담회에서 또다시 우주의 기운을 받지 않는 한 한 번에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어느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하거나 메시지를 쓰거나 낭독해야 할 경우 미리 참모들과 세밀하고 정교하게 상의해야 한다. 밤새워 스스로 담화문을 고쳐 쓰는 한이 있더라도 제발 말과 글을 제대로 구사하기 바란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일을 만들지 말라. 아무것도 안 해도 좋다. 일을 꾸미기보다는 품위 있게 국민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 주력하라. 유머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오바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부분적으로 재생한 셈이 됐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후보상품 중에 누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대통령 꿈을 꾸는 사람들이 좋은 캐릭터를 갖추도록 대선 때까지 잘 성장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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