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 등이 회사채 발행을 촉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 한해 100억 달러가 넘는 블록버스터급 대형 인수·합병(M&A)이 상당수 진행되면서 채권시장도 호황을 누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M&A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올해 채권시장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올해 10대 채권 발행 중 8개가 회사채 발행이었다. 세계 1위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와 컴퓨터 제조업체 델,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회사채 발행이 대표적이다. AB인베브는 3위 맥주업체 사브밀러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 1월 460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PC제조사인 델은 지난 5월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 인수와 관련해 2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MS는 지난 8월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197억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 발행 규모가 14조 달러에 육박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초저금리 여파에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에도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스콧 마터 핌코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저금리 기조로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의 레버리지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블라인캐피탈의 모니카 에릭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업들이 낮은 금리를 이용해 채권을 발행했다”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상황에서 채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채권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채권 금리 역시 올라 기업의 발행 부담도 커지게 돼 올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ECB와 BoJ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채매입프로그램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유지할지도 불확실해 채권시장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한편 회사채 발행액을 제외한 나머지 글로벌 채권 발행 집계에는 은행 신디케이션을 통한 주요국 국채 발행과 주택저당증권(MBS), 커버드본드 등이 포함됐다. 다만 정기적으로 입찰을 통해 발행하는 국채는 이번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