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달러가치… 수출에 과연 유리할까?

입력 2016-11-23 09:26 수정 2016-11-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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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 中ㆍ日 통화도 하락... 트럼프 보호무역주의ㆍ외인 자금 이탈 우려도

▲강력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자동차업계가 충격에 빠졌다.(연합뉴스)
▲강력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자동차업계가 충격에 빠졌다.(연합뉴스)

미국 달러화 가치가 13년 만에 최고 수준에 오르는 등 ‘슈퍼 달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하지만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가 함께 하락 중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수출개선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직격탄’과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할 저치에 놓였다.

◇ 연말 고점은 1210원? = 지난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176.1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말 1101.3원이던 원ㆍ달러는 불과 50여 일 만에 80원 가까이 치솟았다.

트럼프 당선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세하며 달러 가치를 끌어올렸다. 소위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정책이 원인이 됐다. 1조 달러를 인프라에 투자하는 등 재정을 풀어 수요를 증대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정책은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의 향후 금리 인상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가 연말까지 12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재정확대 정책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면서,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였다”며 “원ㆍ달러는 단기적으로 121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ㆍ달러 추이(출처=한국은행)
▲원ㆍ달러 추이(출처=한국은행)

◇ 원화 가치 내렸으니... 수출은 개선? = 원ㆍ달러가 지난달에 비해 7% 가까이 상승하며 원화 가치가 추락했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가 강력한 랠리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일제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월 실질실효환율은 111.94를 기록, 전달(112.89) 대비 0.84% 떨어졌다. 앞서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6월(107.37)부터 9월(112.89)까지 넉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상대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한 지표로, 실질실효환율지수가 1% 하락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통화 실질가치가 1% 절하됐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 개선 효과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이번 현상은 신흥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원화 가치 하락 효과를 희석시켰다. 실제 같은 기간 수출경쟁국인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82.74로 전월(83.8) 대비 1.06% 떨어졌다. 중국도 121.05를 보이며 전달(121.16)에 비해 0.1% 내렸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가 절하되고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일본과 중국 등 수출 경쟁국이 함께 절하됐다면 긍정적인 요인이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 기조도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는 선거 유세기간에 한ㆍ미 FTA가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노무라 증권은 아시아 수출국 가운데 한국이 트럼프 당선 충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는 높아져 = 원ㆍ달러 상승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유인이 되기도 한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금리 정상화로 우리나라 환율 상승 위험이 부각되면 평가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각)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빠져나간 자본은 65억5000만 달러(약 7조7000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이달 들어(2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빠져 나간 외국인 자금은 1조6312억 원에 이른다.

김두언 연구원은 “원화 약세가 되면 원화 자산 메리트가 경감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유출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최근 원ㆍ달러 급등세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보다는 금융시장 불안감이 우리나라 경제에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최근 트럼프 당선에 따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환율 급등은 수출에 긍정적이라고 해석되기보다는 외국인 자금 유출 위험이 늘었다는 부분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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