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유효기간 때문에 역차별 받는 전통 청주

입력 2016-11-03 10:44 수정 2016-11-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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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와인은 다른 식품이나 음료와 달리 유효기간이 없으며, 오래된 것이 비싼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는 모든 와인이 장기 저장이 가능하고 오래될수록 맛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보졸레 누보는 생산된 해에 맛이 가장 좋고, 이후 맛이 빠르게 나빠져 몇 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비싼 와인은 20~30년이 지나야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 저장이 가능한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와인은 13℃ 내외의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서 진동이 없는 상태로 저장해야 제대로 숙성이 돼 맛이 좋아진다. 식당에서 비싼 와인을 주문하면 주문한 사람에게 먼저 조금 따라서 맛을 보게 한다. 이때 주문한 사람은 와인의 맛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면 다른 와인으로 바꾸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와인은 보관 과정 등에서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질된 와인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도 와인은 유효기간이 없다. 상한 와인을 조금 마셔도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맛은 없지만 오히려 건강에는 좋을 수도 있다. 초산발효가 진행된 와인은 식초를 조금 마시는 것과 같고, 알코올이 날아가 버린 것은 달지 않은 포도주스를 마시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와인 외에도 소주나 위스키, 브랜디와 같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유효기간이 없다. 알코올은 자체가 살균 효능이 있기 때문에 술의 도수가 12도를 넘으면 세균이 살기 어려워서다.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통상 13~14도다. 한국의 전통 청주(약주)는 알코올 도수가 12~18도로 와인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전통 청주는 알코올 도수나 살균 여부에 관계없이 통상 유효기간이 3개월에서 1년 정도다.

술의 유효기간이 있고 없고에 따라 운송, 보관, 판매 등에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난다. 전통 청주가 수입 와인에 비해 심각한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 청주의 수출을 위해서라도 유효기간이 아주 길거나 없어야 한다. 전통 청주는 변질된다 하더라도 와인처럼 맛이 나빠질 뿐이고,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즉, 주문자가 미리 맛보고 마실지 거절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전통 청주의 유효기간을 늘리거나 없애는 일은 우리 술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개별 업체에서는 감당하기 어렵고 정부나 정부출연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전통 청주를 만드는 업체는 영세하고 몇 곳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들 업체가 성장하면 쌀 공급 과잉 해소, 농촌 일자리 증대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먼저 전통 청주를 알코올 도수와 살균 여부 등을 기준으로 분류해, 저장 온도와 방식에 따라 맛과 주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변질될 경우 술의 성분과 이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전통 청주의 유효기간을 없애거나 대폭 늘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우리 술산업을 발전시킬 정책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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