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골퍼스]“골프그림보면서 ‘힐링’하세요”...골프그림의 대가 김영화 여류화가

입력 2016-10-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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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하스 갤러리 29일 김영화의 ‘호작질(好作質)’ 전시회

▲김영화 화백
▲김영화 화백
국내 처음으로 골프 볼에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 여류화가가 있다. 놀랍게도 그 작은 볼에 스윙을 하는 골퍼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 그런데 더 재미난 사실은 필드에서 볼을 치면서도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는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스케치 북 등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도구를 늘 챙겨 갖고 나온다.

티샷을 하기 전에 재빨리 홀이나 골프장 전체의 풍경을 스케치 한다. 그리고 샷을 한 뒤 홀을 스케치 북에 담으면서 플레이를 한다. 18홀을 다 그리기로 작정하면 두루마리 화선지를 준비한다. 신기한 것은 그래도 볼을 잘 친다. 18홀을 다 돌고 나면 스코어카드에 70타대의 숫자가 적힐 때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반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플레이가 느린 일이 없다. 가냘픈 몸매에도 드라이버도 길게 때리고 아이언 샷도 정확하게 날린다. 손 감각이 뛰어난 덕인지 퍼팅도 잘한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샷을 할 때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미스 샷이 거의 없다.

▲황혼속의 8번홀
▲황혼속의 8번홀
그런 그가 나이 52세에 52회 개인전을 갖는다. 29일 경기도 남양주 프로하스갤러리(대표 김진민)오픈 기념으로 김영화의 ‘호작질(好作質)’을 전시한다. 주된 소재는 골프그림이다.

그는 도자기 부문 무형문화재인 도봉 김윤태 옹의 차녀. 이 탓에 어릴 때부터 예술혼(魂)과 집념의 경험들을 축적하며 성정했다. 부친의 DNA를 물려 받아 예술적 기질이 싹튼 것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마치면서부터. 스스로 밝혔듯 이때가 ‘김영화의 농축된 예술적 기질’이 발현된 시기다.

2002년 골프에 입문하면서 자연 순화적인 골프를 주제로 그 맑고 청아한 물감과 거침없는 김영화의 야성이 혼합되면서 ;골프화(畵)‘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김영화의 선과 오방색이 뒤섞여 탄탄히 밀집돼 차별화 된 표현내공이 동양적 높은 정신세계라면 그것은 동도(東道)에 해당되는 것이며, 화선지가 아닌 거친 대지 같은 캔버스 소재의 사용은 서기(西器)에 해당된다.

그는 많은 부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셈이다. 화폭에서 보여주는 선과 색, 그리고 에로티시즘은 그의 거침없는 내밀성을 보여주는 호방한 경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그에게 있어 골프는 현대판 풍속화다. 풍속화는 그렇듯 무거워 심각하지 않으면서 번뜩이는 위트와 시대가 결정적으로 만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동도서기의 풍속화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인생 2막을 올리려고 한다. 나이만큼 전시회를 통해 자신을 이야기 하였다면 이제 남은 삶은 남에게 유익한 남을 ‘힐링’할 수 있는 그림으로 세상과 이야기 하고 싶다.”

그가 열정적으로 골프와 대자연의 화폭에 담는 데는 남다른 골프사랑이 있다. 오래전에 지친 심신으로 힘들어했을 때, 지인의 권유를 통해 찾았던 골프장에 펼쳐진 자연에서의 강렬했던 인상과 매 라운드를 거듭하며 필드 위에서 발견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들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는 골프를 통해 현대인들이 가지는 관계의 축소판을 신풍속도로 도출해 내고 있다. 초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였다. 평가가 호불호로 갈렸지만 신념으로 갖고 20여 년의 활동으로 이제는 독보적인 골프 화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골프에 매달릴 때는 2개월 동안 100라운들 한 적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물론 그림도 백점을 그렸다. 골프와 그림에 미쳤을 때다.

▲가을향기 속으로
▲가을향기 속으로
그는 아침 잠이 많다. 때문에 새벽골프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꼭두새벽에 골프약속이 잡히면 아예 밤을 꼬박 새운다. 그리고 바로 골프장행. 라운드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잠이 쏟아져 길가에 차를 대고 잠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동반자들이 즐거운 것은 18홀을 돌고 나면 스케치북에도 골프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물론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타인에게 ‘힐링’을 주고 싶은 생각이 늘 마음속에 깊게 깔려 있다. 그는 여전히 골프가 ‘치료제’라고 믿고 있다. 지금은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이지만 한때 우울증에 시달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림도 그렇게 변해갔다. 그리는 그림에 그 마음이 투영돼 색채는 어두웠고, 구도는 삐뚤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골프와 연을 맺으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코스의 아름다운 경치와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연녹색 푸른 잔디, 청명한 하늘, 또는 잿빛 먹구름, 아름다운 꽃들, 제 각각의 역동적인 스윙과 라운드 내내 골프하는 사람들의 사연 많은 마음들을 스케치 북에 차곡차곡 담았다.

이것이 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선물했다. 골프에 몰입해 기량이 늘수록 골프를 그리는 그의 그림은 행복한 시간 속으로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그의 골프그림 도자기에도 담는다. 이것은 때로 프로대회의 우승트로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일에는 마지막 홀에서 선수들 및 갤러리, 그리고 우승자의 그림을 그려 기부했다.

“내 그림으로 골프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58@

▲가을을 낚다
▲가을을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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