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문제는 늑장 공시가 아니다

입력 2016-10-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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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의혹으로 공시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호재 뒤에 대형악재 공시로 조 단위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날아 가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늑장 공시를 틈탄 내부정보 거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문제이지, 현행 제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그 어떤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실제 공시 사항 발생 시점과 공시 시점 사이에 시간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는 주식시장에서 증권당국이나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인 정비를 해야 할 문제는 공시 시차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불성실공시 위반 기업들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 불성실공시 위반 기업은 이미 현행법에 따라 제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의무 공시 대상이 아닌 경우다. 공시 대상이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공시를 이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율공시 또는 회사 홈페이지나 투자설명회, 언론 등을 통해 알린다.

해당 내용의 진위나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회사가 밝히기 전에는 투자자나 애널리스트, 언론 모두 알 길이 없다는 데 있다.

사업 제휴, MOU 체결, 의무 공시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일정 규모 이하의 공급 계약 등 여러 호재성 내용이 발생하면 상장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 그러나 사업 중단이나 취소 등 악재에 가까운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과거 사업 제휴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업에 대한 호재가 있을 경우 많은 투자자들은 수혜 기대감에 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과거에 B라는 회사와 사업 제휴를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B라는 회사가 A라는 회사와의 사업 제휴와 관련돼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경우 A 회사 역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실상은 A회사는 B사와 거래가 중단돼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C라는 회사가 D사와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을 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당연히 많은 투자자들은 공급 계약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몇 개월 후 C사는 D사에 최종적인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이런 내용을 자진해서 밝히는 경우가 드물다.

공시 대상이 아닌 내용이므로 회사 측은 거래 중단이나 사업 중단 등에 대해서는 밝힐 법적인 의무나 책임이 없다. 따라서 악재성 내용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주식시장에서는 알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공시대상이 아닌 호재성 내용에 대해 사실 관계가 틀리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실제 진행 사항과 그로 인한 펀더멘털을 확인하고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실제 진행사항을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나.

공시 대상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직접 공개하거나 이미 상당부분 주식시장에 알려진 내용에 대한 변경 사항을 의무적으로 알리게 하는 제도나 법적인 책임이 없다면 주식시장 선진화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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