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 “빅데이터 가동, 검색된 게시물 하나하나 뜯어보고 삭제”… 온라인 기록 삭제 업체 성업

입력 2016-09-19 12:15 수정 2016-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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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산타크루즈컴퍼니’ 첫발 이후 3년새 15개사 확대

#17살 박지형(가명) 군은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SNS에 올린 프로필 사진과 음란 사진을 합성해 ‘나는 게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박 군을 괴롭히던 친구들이 벌인 짓이었다. 게시물은 순식간에 다른 커뮤니티까지 업로드되며 확산됐다. 3일 뒤 박 군의 부모는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는 업체를 찾았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무한으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박 군처럼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받는 사람이 늘어났다. 루머나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연예인뿐 아니라 자신이 남긴 과거 자료를 지우고자 하는 일반인, 하루아침에 음란물의 주인공인 된 사람, 평판을 관리하고 싶어 하는 기업까지 그 대상은 다양하다.

수요가 늘면서 전문적으로 디지털 자료를 삭제해주는 일명 ‘디지털 장의사(세탁소)’ 업체도 1, 2년 사이 크게 늘었다. 2013년 ‘산타크루즈컴퍼니’를 시작으로 현재 관련업체는 15곳가량이 성업을 하고 있다. 올 3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5년 내 부상할 신직업’에 디지털 장의사가 포함된 것도 온라인 기록 삭제 시장이 커질 거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디지털 장의사란 원치 않는 온라인 기록을 없애주는 일을 하는 직업을 말한다.

이들 업체들은 특별하지 않은 사례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의 의뢰를 기억했다. 김 대표는 “당시 동영상에 등장한 여성이 피해를 호소하며 기록 삭제를 요청했고, 삭제 작업을 해 그분의 인생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주로 기업 평판관리에 주력하는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는 교회가 의뢰한 사례를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한 대표는 “신도 수가 꽤 많은 한 교회를 다른 교단에서 ‘이단’이라고 매도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어서 의뢰가 들어왔다”며 “1년간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정정하는 작업을 했고, 지금은 이단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삭제 작업은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해 진행한다. 1차 검색어, 2차 검색어를 수집하고 분류한다. 부정과 긍정으로 나뉜 자료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직접 삭제하거나, 포털에 삭제 요청을 한다. 구글과 같은 해외 사이트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페이지 차단 요청을 해 국내에서는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조치한다.

업체들이 말하는 디지털 장의사 시장의 전망은 밝다. 한 대표는 “잊힐 권리 시장이 해가 다르게 커나가며 군소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젊은이들이 도전할 만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김소라 포겟미코리아 실장은 “오프라인 홍보보다 온라인 입소문이 중요해지면서 더 주목받는 것 같다”며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없는 시장”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산타크루즈컴퍼니의 경우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섭렵할 목표를 갖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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