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청산 경고등 켜진 한진해운…17조 vs 1조7000억 ‘판돈 싸움’

입력 2016-08-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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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에 청산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돈줄을 쥐고 있던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안 주기로 했거든요. 그것도 만장일치(6개 은행)로 말입니다.

“우리가 대주주(대한항공)한테 빌리고 해서 5000억 원 마련해 볼게. 그러니까 좀 도와줘”

채권단이 등을 돌린 이유입니다. 한진해운의 약속(자구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죠.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 1조7000억 원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5000억 원도 탐탁지 않은 판에 이 중 1000억 원은 ’지원 검토’란 단서까지 달아 놓았으니 그럴 만합니다.

닷새 후 자율협약이 종료되면 그동안 동결됐던 채무가 살아나기 때문에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가 불가피합니다. 해외 채권자들이 선박을 압류하고, 글로벌 해운동맹에서 쫓겨나면 문 닫을 각오도 해야 하죠.

우리나라 해운업계 ‘큰 형님’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을까요? 5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진해운의 사정을 들어보겠습니다.

◇키워드 1, 법정관리
= 자율협약과 법정관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법적 구속력이 있느냐’는 겁니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포괄적 협약을 맺고 동등한 위치에서 경영 정상화를 논의했는데요. 하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경영 주도권을 법원에 빼앗기게 됩니다. 법원의 잣대는 존속과 청산, 단 두 가지뿐인데요. 불행히도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매각할 자산이 마땅치 않은 데다 노랑머리 선주들이 선박에 가압류를 걸 가능성이 크거든요. 정상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얘기죠. 그래서 시장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청산으로 받아들입니다. 대한민국 1위 해운사가 어쩌다 해외 선주들에게 발목이 잡혔는지는 5월 중순 이투데이에 실린 ‘현대상선ㆍ한진해운 목숨 줄 잡은 용선료’를 읽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출처=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출처=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

◇ 키워드 2, 자구안
= ‘제 발등’을 찍은 한진해운 자구안엔 어떤 내용이 담겼던 걸까요? 실효성 있는 돈은 4000억 원뿐이었습니다. 대주주인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죠. 물론 채권단은 거절했습니다. 부족자금이 내년까지 1조∼1조3000억 원에 이르는데 회사가 내놓은 돈은 절반도 채 안 됐으니까요. 운임이 하락하면 최대 1조7000억 원까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더는 ‘밑 빠진 독’에 돈을 부을 순 없었습니다. 이에 한진해운은 미국 터미널 운영 자회사의 지분을 매각(600억 원)하고, 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아 최대 1000억 원을 더 변통해 보겠다고 수정안을 제시했습니다. ‘예비비’란 단서를 달아서요. 하지만 채권단의 대답은 끝내 ‘노(NO)’였습니다.

◇ 키워드 3, 익스포저
= 한진해운에 ‘돈 줄’을 끊기로 한 건 채권단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청산절차를 밟게 되면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한진해운에 물려 있는 금융기관들 돈(익스포저)은 1조200억 원에 달하는데요. 산업은행이 6660억 원으로 가장 많고, KEB하나(890억 원)ㆍNH농협(850억 원)ㆍ우리(690억 원)ㆍKB국민(530억 원)ㆍ수출입(500억 원)ㆍ부산은행(80억 원) 순입니다. 제2금융권은 1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고요. 다행히 금융기관들은 이 돈을 충당금으로 쌓아놨습니다. ‘한진해운 때문에 은행들 망하는 거 아냐?’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때문에 은행 수수료 오른다?’를 참고하세요.

◇ 키워드 4, 현대상선 합병
= 한진해운 파산은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입니다. 조선ㆍ해운업은 우리나라 뿌리 산업이니까요. 그래서 일각에선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기대합니다. 시장에 나온 큰 형님(한진해운)의 재산을 둘째 형님(현대상선)이 사들이면 가문(한국 해운업)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불행히도 한진해운에 남아 있는 우량 자산은 거의 없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합병 가능성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네요.

(출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출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 키워드 5, 파산 손실
= 만약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우리가 떠안아야 할 손실은 얼마나 될까요? 우선 세계 3위 항만인 부산항의 환적 물량이 최대 70%까지 급감할 수 있습니다. 항만 터미널 수입 감소, 선박 관리ㆍ수리 급감 등으로 연간 4400억 원 피해가 예상되죠.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유관 산업까지 따져보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지는데요. 선주협회는 최대 17조 원, 일자리 2300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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