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최저임금과 황제노역

입력 2016-08-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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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부 차장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5) 씨가 춘천교도소에서 ‘노역’ 중입니다. 전 전 대통령의의 차남 재용 씨도 처지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진정 벌금 낼 돈이 없어서인지, 여력은 있으나 노역형을 택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이어진 황제노역 논란의 중심에 이들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 씨와 이 씨는 지난 2005년 오산시 소재 토지를 445억 원에 매도하고도 325억 원에 판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만들었다 들통이 났습니다. 대법원에서 전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40억 원, 이 씨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전 씨는 벌금 38억6000만 원을, 이 씨는 34억2090만 원의 벌금을 미납해 결국 노역장에 강제 유치됐습니다.

원주교도소의 전재용 씨는 하루 7∼8시간씩 교도소에서 청소를 합니다. 쓰레기를 치우거나 배수로를 치우고, 풀 깎기 등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춘천교도소 이창석 씨는 전열기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변이 없다면 전 씨는 2년 8개월(965일), 이 씨는 2년 4개월(857일) 동안 노역을 해야 합니다.

만기 출소를 가정하고 탕감받는 벌금을 계산해보면 일당은 400만 원 수준입니다. 두 사람은 교도소 노역을 시작한 지 50여 일 만에 벌써 2억 원의 벌금을 탕감받았습니다. 여기까지도 기가 찬데 실상은 더 얄궂습니다. 노역이 평일에만 이뤄지다 보니 휴식이 보장되는 주말과 휴일, 법정 공휴일은 쉬게 됩니다. 문제는 그래도 노역 일수에 포함돼 벌금이 탕감됩니다. 실제로 노역을 한 날은 지금까지 30여 일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유는 현행법상 노역 일수 탓입니다. 법에 따르면 노역 일수는 최장 3년을 넘길 수 없습니다. 일반 형사범은 3년 내내 노역을 해도 탕감받을 수 있는 최대 벌금이 1억1000만 원 수준입니다. 수십억원의 벌금을 내지 않았으니 교도소에 가는 건 당연합니다만 3년 이내로 노역형을 제한한다는 건 누가 봐도 불공평합니다.

개정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나마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이 지경입니다. 지난 2014년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이 논란의 장본인이었지요. 벌금 249억 원 대신 노역형을 선택한 허 전 회장은 49일간 노역을 했습니다. 하루 5억 원 꼴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법조계에서도 가만 있지를 않았습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를 두고 평등원칙 위반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이후 법이 개정됐지만 ‘황제스러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이들의 노역은 불법이 아닙니다. 분명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른 집행제도입니다.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여는 150만 원 안팎인 데다 최저시급은 6000원대라는 점을 생각하면 씁쓸함은 가시질 않습니다.

전 씨, 이 씨처럼 일당 400만 원 이상의 벌금 미납 환형 유치 노역자는 전국에서 모두 3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1년 이후 벌금 미납자 중 하루 일당이 1억 원 이상인 고액 일당 노역자도 20여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법은 평등해야 합니다. 악법도 법이지만 그 존재가 여전히 불평등하다면 바꾸길 주저해서도 안 됩니다. 수많은 비정규직과 최저시급 노동자들과 함께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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