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사회변화 못 좇아가는 미디어 환경

입력 2016-08-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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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표선수들은 4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쏟아내고 있고, 많은 국민들도 선수들의 활약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KBS, MBC, 그리고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보도하면서, 몇 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방송사들의 생중계에도 불구하고 그리 뜨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들은 리우 올림픽이 12시간 시차가 나는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시청률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이 여러 측면에서 기존 올림픽과는 다른 사회·미디어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애써 무시하면서 말이다.

리우 올림픽은 무엇보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열리는 사실상 첫 번째 올림픽이다. 방송 3사의 실시간 중계보다는 많은 시민들은 전체 국민의 80% 정도가 소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게임을 개인적으로 시청하는 형태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방송 3사는 전파 낭비를 막고 국민에게 다양한 볼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똑같은 종목을 똑같은 시간대에 방송하고 있다. 여자배구 등 인기 종목이 시작되면 핸드볼 등 이미 방송 중이던 비인기 종목의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도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또한 리우 올림픽이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열리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누가 뭐래도 운동선수들에게는 가장 명예로운 전당이다. 올림피안이 된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이고, 게다가 메달까지 따면 더할 나위 없다. 국민들은 그러나 국민의 이름으로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따라고 강요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방송 체제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하나를 따는 것이 국가의 이미지를 고양하고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린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남다른 때가 있었다. 한국은 그러나 더 이상 금메달 하나 더 따는 게 중요할 정도로 약소국이 아니다.

사회적으로도 국민들은 이제 올림픽 말고도 여러 핵심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재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류의 성장과 함께 많은 K-팝(K-pop) 가수들이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고 있고, 삼성과 LG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기능올림픽부터 카카오톡까지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시민들은 이와 같은 한국 대표 브랜드와 이들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확대하고 있다. 방송 미디어만이 스포츠가,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올림픽이 아직도 가장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는 셈이다.

언론학자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변화에 더딘 집단이 미디어라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의식이 날로 달라지고 있는데 정작 미디어는 이러한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미국과 캐나다 등의 지상파들이 올림픽 경기를 동시 중계하거나 모든 경기를 실시간 중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나라별로 한 방송이 올림픽 방송을 주관하고, 이마저도 실시간보다는 녹화 위주로 방송을 내보낸다. 당연히 한국처럼 생방송 도중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흥분하거나 때로는 격에 맞지 않는 코멘트를 구사해 시청자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방송사들은 더 이상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배치되는 올림픽 중계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은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데, 이들로 하여금 금메달을 못 가져왔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끔 만들어서는 더욱 안 된다. 올림픽에 참여하는 선수들과 올림픽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은 모두 K-팝을 좋아하고, 국내 기업들이 제작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친구들과 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방송사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들은 다원화된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현실에 맞추어 발전적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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