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해운·조선·금융 상생협력 가능한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필요”

입력 2016-07-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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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동 선주협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이 19일 서울 여의도동 선주협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국내 해운업계가 격랑에 휘둘리고 있다. 국내 양대 해운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수술대에 올랐다. 양사는 자율협약이라는 살얼음판의 환경에서 용선료 인하, 국제 해운동맹 가입,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 험난한 과제를 해결했거나, 해결 중에 있다.

2015년 우리나라 해운의 운임수입은 346억 달러에 달했다. 해운업이 활황이던 2008년과 비교해 다소 줄었지만, 외화가득액을 기준으로 반도체, 유화, 철강, 자동차, 조선 다음으로 국가 경제에 기여했다. 유사시 전략물자 수송도 담당하는 등 해운업은 국가로서는 버릴 수 없는 기간산업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현재의 국내 해운업계 상황을 ‘풍전등화’로 표현했다. 그는 “세계 해운업 5위인 한국이 풍전등화 위기에서 그대로 무너지느냐, 아니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 해운 강국으로 재도약하느냐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운업은 그만큼 국가와의 상호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그는 또 칼바람이 불고 있는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산업군(群)의 각자도생보다는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 미래를 내다보는 큰 그림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대 항해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소재 세계해사대학 해운항만관리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3년부터 선주협회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해운항만 정책과 세제, 선박금융 등 해운 전반에 대한 전문가로 할동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5위의 해운 강국으로 성장함은 물론 위기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는 과정 등을 모두 지켜본 그에게 해운업계 진단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불황이 8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국내 해운업계는 양대 해운선사가 흔들리는 등 최대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94.5%에 달한다. 공기를 제외하고 우리가 접하고 있는 모든 유·무형의 것들은 해운서비스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구조조정 중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을 비롯해 해운업을 둘러싼 주변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미래를 막연히 전망하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해운·조선 상생 방안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면.

“해운업도 살고 조선업도 살려면 내수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내수가 50%를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5% 수준이다. 우선 정부가 조성한 선박펀드 12억 달러를 현대상선이 출자전환을 마무리한 이후 지원받게 된다면 국내 조선사에 발주가 가능할 것이다.

또 한전,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3대 화주의 경우 현재 174척의 선박을 운송하고 있는데, 이 중 국적선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팬오션, 대한해운 등 129척에 달한다. 나머지는 외국선사 22척(일본), 스팟 물량 24척이다. 다행히도 3년 전 해운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이들 3대 화주의 외국선사 수송은 불가능하다. 이에 외국선사 및 스팟 물량이 국적 수송체계로 100% 전환될 것이다. 결국 해운, 조선, 화주가 상생해야 윈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궁극적으로 세계 조선 1위, 해운 5위, 무역금융 10위라는 높은 수준의 산업군들이 각자도생보다는 컨트롤 타워 구축을 통해 상호 협력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현대상선 차기 CEO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가장 적합할까.

“최근 들어 외국 선사 CEO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고 들었다. 이들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겠지만, 철저하게 회사 생존을 위해 경영에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 선사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할 수 없지만, 자칫 수익성에만 집중해 정책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적 해운사라는 입장을 무시한 채 비수익 노선을 없애고, 동남아 등 돈이 되는 항로에만 집중해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선사들 간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원양을 주 무대로, 중견선사들은 근해 위주로 운항한다는 나름의 암묵적인 시장 분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전문가가 적합할 수 있다. 기존 CEO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우선 해운전문가이면서 정책을 잘 이해하는 경험자, 해외 네트워크가 풍부한 사람이 좋은 후보가 아닐까 싶다. 이 같은 자격을 갖춘 인물을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여파가 국내 근해선사(12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들 근해선사가 해운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

“놀라운 사실은 부산항 기준으로 한진해운(181만 TEU), 현대상선(116만 TEU)이 연간 처리하는 물량보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팬오션, 흥아해운 등 12개 근해선사(425만 TEU)가 처리하는 물량이 더 많다는 점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만 봐도 동서항로(구주·미주)가 전체의 40%, 남부항로(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가 20%, 지역내 항로(지중해·동남아)가 40%를 차지한다. 지역내 항로 중 30%가 근해선사들의 주 수익원인 아시아 물동량으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해운업계 전체 실적을 보더라도 현재 구조조정 중인 선사들을 제외하면 실적이 좋은 편이다. 다만 파나마 운하 확장 이후 올 하반기 아시아 역내가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선사들이 이에 맞설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해온 근해선사들이 올해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확장·개통한 파나마 운하 여파가 국내 해운업계, 특히 근해선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통과 가능한 배의 크기가 기존 4500TEU 수준에서 1만4000TEU급으로 커졌다. 1만 TEU급 이하 선박이 굳이 파나마 운하를 지나갈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5000TEU급 100여 척이 국내 근해선사들의 주 무대인 아시아 역내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역내는 대부분 3000TEU 미만의 배가 운항되고 있어 5000TEU급 배가 들어올 경우 지역 항로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이 선박들은 규모가 상당히 크다 보니 저렴한 운임을 내세울 수 있어 기존 근해선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게다가 기존 선사들은 실핏줄과 같은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만, 큰 배들은 이 네트워크를 모두 연결하기가 힘들어 모든 노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견 선사들이 추진해야 할 대비책은?

“근해에 대형 선박이 들어올 경우 서로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지만,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외국 선사들의 5000TEU급 선박이 들어올 경우 이들이 복잡한 모든 노선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 따라서 12개 근해선사들과 촘촘한 네트워크 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외 선사와 우리 선사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근해선사 간에도 더 협조를 해야 한다. 한·일, 한·중 항로는 협조가 상당히 잘되는 반면, 일부 동남아 지역에서는 과당경쟁 조짐이 보인다. 아울러 금융권에서 중소 및 중견선사에 대한 금융거래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실적이 양호한 선사도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고, 대출 연장 시에도 금리 인상 없이 만기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견·중소 선사들을 힘들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을 꼽는다면?

“바로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의 횡포다. 이들 기업은 모기업에서 가져오는 물량은 물론, 다른 물량도 넘보고 있다. 또 다른 중소·중견선사와 연계할 때 계약을 체결하고도 빈번한 재협상으로 불합리한 운임 인하를 요구하는 등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계열사 물량만 처리토록 해운법 개정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앞으로 해운업계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2008년 때의 호황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2~3년 내로 해운업계 시황이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시아~유럽 항로의 치킨게임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파나마 운하 확장에 따른 선박 대형화로 운임경쟁이 심화되어 아시아~북미 항로로의 치킨게임 이동이 예상된다.

△올해 한국선주협회의 주요 사업 계획이 궁금하다.

“우선 수출입은행의 국적선사 지원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선박금융 중 외국선사에 대한 지원 비중을 50%로 제한하려고 한다. 선박금융 지원 규모 역시 확대를 추진 중이다. 해양금융종합센터 선박금융을 확대하고 캠코 선박펀드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해양보증 운영 활성화 및 보증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해운업계 유동성 지원도 필수 추진 방안 중 하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연장하고 발행 조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지양하도록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 또 해운·조선·금융의 상생 협력을 위해 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 연장과 해운시장 질서 확립 △항만·예도선에 대한 합리적 서비스 △선원·환경·안전·보안에 대한 국내외 규제 대응 △국제해운단체 및 각국 선주협회와의 협력 등 다양한 계획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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