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다

입력 2016-07-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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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매일 저녁 “퇴근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용기 있는 사람, 심지어 염치 없는 사람이 돼야 하는가? ‘칼퇴근’이 마치 사회화가 덜되거나 혹은 성공을 포기한 이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보는 시선, 그 낡은 편견을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

정치는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법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좇아 국민 옆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제기되는 불합리함을 바로잡아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제보다 조금은 더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장시간 근로 관행을 폐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부담금관리기본법’·‘고용정책기본법’, 이른바 ‘칼퇴근 법’을 발의한 이유다.

한국의 장시간 근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57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06시간보다 무려 300시간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OECD 평균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장시간 노동이 애사심으로 대변되는 현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물론 직장생활의 성공과 성취는 인생을 살아가는 주요 동기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이 저녁 밥상의 부재와 소소하고 수많은 행복들을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칼퇴근 법’ 이 ‘반경제적’이라는 고정관념도 깰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을 OECD 평균으로 줄이게 될 경우 약 97만 개에서 16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장시간 근로 관행은 근로자의 건강을 해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방해할 뿐 아니라, 고용 창출의 제약이 되고 있는 ‘악습’ 인 것이다.

법을 낸다고, 아니 그 법이 통과된다고 정말 ‘칼퇴근’이 가능하겠나? 필자가 ‘칼퇴근 법’을 발의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었다. ‘칼퇴근 법’은 장시간 노동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관행에 대한 경종이다. 포괄임금산정제 덕분에 쥐꼬리만 한 수당으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대가를 지불했다는 자기 위로에 빠진 사업주들의 탐욕에 던지는 작은 돌멩이다. 정당한 대가와 최소한의 죄책감도 없이 타인의 삶을 침범하며 “너의 성공을 위한 거야”라고 말하지 말자. 이제는 그 위선과 합리화의 가면을 벗을 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회사는 오후 6시가 되면 책상이 천장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세상이 이런 일이 있다! 모든 변화는 가능하겠냐는 의문을 딛고 일어서,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함께 걸어나갈 때 실현된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처럼, 정치권의 추진력과 국민의 힘찬 격려가 모아진다면,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이 될 것이다.

필자는 인생 이모작이 가능한 사회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이모작을 노후가 아닌, ‘저녁’에 꿈꿀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한층 더 다채로움으로 빛나고, 충만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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