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에서 배우는 교훈

입력 2016-06-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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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부국장 겸 산업1부장

폭스바겐이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이사가 구속되면서 일명 ‘디젤게이트’로 불리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수사가 궤도에 올랐다. 구속된 임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변조 및 변조 사문서 행사,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쉽게 말하면 문서를 조작하고 불법으로 장치를 바꿔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그는 2010년부터 인증서를 받는 데 필요한 각종 문서를 130여 건 변조하고, 배기가스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도 조작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인증 담당 임원인 그가 배기가스 조작을 혼자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검찰이 공표하지 않았으나, 그는 당시 대표와 독일 본사의 지시에 따라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폭스바겐은 본사와 한국 대표가 짜고 의도적인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검찰도 당시 대표를 조만간 조사를 위해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의 추가적인 조사와 법원의 판단 절차가 남았지만, 인증 담당 임원의 말은 수입차 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대표는 우리나라 수입차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1989년부터 수입차와 인연을 맺고 27년을 우리나라 수입차 업계를 위해 몸 바쳐온 그는 ‘골프’와 ‘제타’ 등 폭스바겐의 디젤 모델들을 들여와 수입 디젤차 붐 조성에 기여한 1등 공신이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코리아를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업계 3위로 끌어올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도 두 차례나 역임했다. 그런 그가 사기극을 알고도 배출가스 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도덕성을 떠나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업적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해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이후 검찰도 폭스바겐코리아의 연비 조작을 ‘실수’가 아닌 ‘고의’로 보고 내사를 벌여왔다. 최근에는 인가를 받지 않고 국내에 무단으로 들여온 900여대의 차량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배출가스 조작으로 피해를 본 미국 차량 소유주들에게 무려 102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조 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내 폭스바겐 소유자 48만2000명은 모두 차량 연식에 따라 최대 7000달러(약 800만 원)를 현금으로 보상받는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만큼의 성의를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 이후 환경부로부터 리콜 계획서를 3차례나 퇴짜 맞으면서도 ‘조작’ 내용을 시인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정부와 소비자들의 피해배상 요청에 묵묵부답인 것이다. 다만 국내서 판매된 12만5000대에 대해 무상 수리만 해주겠다고 한다. 징벌적 배상제도(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가 없는 한국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에서 폭스바겐의 판매는 꾸준하다.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밝혀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만 줄어든 2만1629대에 달한다.

폭스바겐의 미국 차량에서도 배출가스가 조작됐다는 점에서 불법행위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 본사 차원에서 저지른 범행이지, 한국 대표 독단적으로 배출가스 조작을 지휘하지 않았으리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일으킨 옥시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한국 국민을 ‘봉’으로 여기는 외국 기업들의 행태는 결코 다르지 않다. 외국 명품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가격이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느슨한 관리, 기업 편향적인 정책, 소비자들의 무관심이 그들에게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닐까? 우리 스스로 ‘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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