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어려운데’… 건설사, 잇따른 해외사업 차질에 ‘몸살’

입력 2016-06-21 07:45 수정 2016-06-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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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속되는 저유가로 발주 물량 자체가 없는 데다 계약이 이뤄진 사업이 백지화되거나 공사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서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며 위기에 몰리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은 동티모르 석유광물자원부에 수아이 항만공사 관련 계약해지를 서면으로 통보했다. 동티모르 법원의 승인 부결로 프로젝트 착공이 지연되자 회사 측이 발주처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4655억 원 규모로 현대건설이 지난해 8월 석유광물자원부로부터 따낸 프로젝트다.

동티모르에서는 정부가 수행하는 공사의 경우 행정절차상 법원의 승인이 필수적인데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권이 바뀐 데다 법원이 해당 사업 공사와 관련한 승인을 부결하면서 착공이 지연된 게 원인이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발주처는 해당 사업 승인을 위한 2심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업 수행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진행 상황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는 투자가치가 높고 잠재적인 가능성도 크지만 복잡한 행정체계와 정치적 리스크로 업무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이라크에서도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의 대금지급 지연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2014년 수주한 이 공사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GS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4개 건설사가 합작해 들어간 프로젝트로 공사비만 60억4000만 달러(약 7조3억6000만 원)다.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하루 14만 배럴 규모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설비로 이미 22%가량 공사가 진행됐지만, 이라크 정부의 예산 적자로 공사비 지급이 늦어지면서 회사 측이 슬로 다운(공사진행 지연)을 통보했다. 당초 54개월로 예상했던 공사기간은 예정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1분기 말 기준 미청구공사채권은 804억 원, 공사미수금은 684억 원 정도지만 이라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차관을 신청한 상태여서 정부와 국영기업의 지연된 채무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갑작스럽게 계약해지 통보로 발목이 잡힌 사례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초 카타르 철도공사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했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주처가 계약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지시하면서 분쟁이 발생한 게 원인이었다.

2013년 스페인 대형건설사 오브라스콘 후아레테 라인(OHL), 카타르 빌딩컴퍼니(QB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이 사업은 총 14억 달러 규모로 삼성물산의 지분은 50%(약 7억 달러)다. 이 사업은 공사가 이미 40%나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됐다. 삼성물산은 지난 1분기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700억 원의 손실을 이미 실적에 반영했지만, 계약이 해지된 만큼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한 전반적인 수주실적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회사 측은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공사지연 보상금 요구에 대해 OHL, QBC 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다. 법적 대응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이 현지 사정에 따라 백지화되거나 지연되는 일이 빈번하지만 지금처럼 업황이 악화된 경우에는 건설사들의 실적에도 큰 타격을 안기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사업 수준은 바닥을 기고 있다. 이날 기준 해외수주 금액은 145억 달러로 전년 동기 244억 달러보다 41% 감소했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 수주 금액은 4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감했고, 아시아 시장의 수주액도 43% 급감한 68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시장에서의 수주액 역시 각각 99%, 68%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태평양ㆍ북미와 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수주 규모가 각각 34%, 113% 증가했지만 수주액은 14억 달러와 5억 달러로 미미하다.

이 같은 부진은 2~3년 전 시작된 저유가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발주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로 해외수주가 진행된다면 올해 전체 수주액이 최근 가장 부진한 수주를 보였던 지난해(461억4440만 달러)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게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2분기 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해외 신규수주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만 하반기에 이란지역에서의 수주 여부와 아시아 지역의 토목ㆍ인프라 수주 회복, 중남미 플랜트 수주 여부가 주목할 만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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