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만 하면 끝? 입주자 고통 외면하는 건설사 행태 ‘도마위’

입력 2016-06-21 07:00 수정 2016-06-2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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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분양 계약만 하면 사실상 끝이죠.”

공급 단지의 계약이 완료되면 해당 사업지에 대해 외면하는 건설사들의 행태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그런 건설사의 행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분양 당시 설립예정이었던 사립학교 건립 계획이 무산된 데다 준공허가가 나지 않았음에도 입주를 진행시켜 수억 원의 돈을 낸, ‘집주인’인 입주자들을 볼모로 삼아 일주일이나 길거리 신세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오후 2시 고양시청 앞에는 입주를 하지 못한 ‘일산 요진 와이시티’ 입주예정자들이 준공허가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 입주예정일이 지났음에도 입주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4일부터 입주가 시작이었던 입주예정자들은 일주일을 기다린 끝에 21일부터 입주를 할 수 있게 됐다.

입주가 시작됐던 지난 14일 요진건설산업은 고양시와 학교부지 및 업무용지에 대해 기부채납을 협약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일산 요진 와이시티’ 준공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건설사는 분양할 당시 단지 내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홍보했다. 고양시에도 자사고를 짓는 조건으로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 측에서 자사고 설립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암초에 부딪혔다. 이 건설사는 사립초등학교를 짓는 방안으로 우회, 수요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당초 고양시와의 협약사항과 달라지면서 준공허가마저 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양시는 사용승인일 이전까지 자사고 설립이 되지 않을 경우 해당 용지를 시에 기부 채납하는 협약을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건설사 측에서 자사고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보내왔지만 이에 대해 교육청에서는 (자사고 설립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입지 자체가 학교를 계획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준공허가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지난 14일부터 입주하기로 했던 입주예정자들은 여관방을 전전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건설사 대신 준공허가를 촉구하기 위해 시청으로 발길을 돌려 밤샘 시위를 하기도 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처럼 제 돈 다 주고 수억 원이나 하는 집을 산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갈 곳이 없어진 입주예정자들이 밤새 시청에 준공허가를 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며 “정작 이 사태를 만든 요진건설산업 측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요진건설산업은 이처럼 입주자들을 볼모로 삼아 20일에야 고양시로부터 준공허가를 받았다.

이처럼 분양 계약만 끝내면 손을 놓는 건설사들의 행태는 이전에도 논란이 됐다. 특히 분양 당시에 홍보로 활용했던 ‘예정’ 사안들이 막상 입주 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영종하늘도시 동시분양 당시 건설사들은 영종하늘도시 평균 분양가를 3.3㎡당 900만 원 중후반대로 책정했다. 주변 아파트 시가보다 약 10% 이상 비싼 가격에 분양됐다. 인천과 영종도를 연결하는 ‘제3연륙교’의 건설비용이 토지비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분양 당시에도 건설사들은 “제3연륙교가 2014년 개통할 것”이라고 광고했지만 현재까지도 제3연륙교는 개통되지 않은 상태이다. 결국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특히 영종하늘도시는 당초 제3연륙교 건설을 비롯해 영종 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등 굵직한 개발 사업 진행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제대로 진행된 사업이 전무하다. 속수무책으로 내려가는 집값에 가슴앓이를 한 일부 아파트 주민은 해당 건설사가 회사 보유분을 할인 분양하자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분양을 시작한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은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 대다수가 홍보전략으로 서울 경전철 동북선 신설역의 착공을 활용했다. 왕십리와 상계역을 잇는 이 노선은 올해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으로 서울시 경전철 가운데 가장 유망한 노선으로 꼽혔다. 하지만 행정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지연되다 결국 주관사인 경남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현재 사업이 멈춘 상황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계약만 하면 사실상 사업지가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는 홍보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다 활용한다”며 “사실 학교가 들어서는 것이나 지하철이 개통되는 것 등은 학교 및 교통 호재가 예정 사안일 경우 무산되는 일도 상당하지만 분양계약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거의 확정’인 것처럼 홍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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