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척’과 ‘벌거벗음’에 대하여

입력 2016-06-14 10:32 수정 2016-06-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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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브랜드 인큐베이팅 그룹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양희은씨의 최근 신곡을 보면 ‘참 좋다’라는 노래가 있다. 노랫말이 참 인간적인 그녀의 노래는 기분을 ‘참 좋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누구에겐가 “당신을 사랑해…”라고 말하면 상대방도 점점 그 사랑에 빠져들게 되는 귀결을 종종 보게 된다. 그 때문에 사랑해서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난 아니었는데, 저 사람이 매달려서…”이지 않은가. 사랑의 승률은 상당하다.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미움과 가식은 그 전달 패턴이 사뭇 다르다. 아무리 포커페이스의 얼굴로 연기하듯 친한 척한다 한들 상대와 나 사이에는 그저 ‘척’만큼의 괴리와 벽이 존재한다. 누군가와 같은 길을 걸어가자고 한다면 털끝만큼의 거짓과 의심이 있어도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솔직함으로 ‘거절’을 생활화하고, 상대를 비난하기보다는 ‘나’를 설명하는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상대의 배려를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할 때가 많다.

사람을 얻으려거든 나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나를 발가벗겨 내놓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하지만 한 번 벌거벗은 나를 보여주면 얼마나 편한지 모를 것이다. 벌거벗기가 어렵지만 결정은 항상 내 가슴속에 남아 있다. ‘척’을 버리는 결정의 시점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그렇다면, 필자인 나 자신은 어떤가?

현재의 상태부터 말하자면 ‘벌거벗는 중’이다. 20대 후반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사뭇 인정받는 스토리만을 만들어 왔다. 남들보다 1도 다른 시각으로 만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들어맞았던 것 같다. 한해 한해 지날수록 1도의 시각은 계속 더해져 지금은 20도 정도쯤 ‘삐뚤어져’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다들 잘한다고만 떠들어대지 계속 더해지는 삐뚤어짐을 누구도 말해주지 않더라.

그래서 나의 벌거벗지 못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것을 인정하는 데 무려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몇 안 되는 친구라는 이름의 우직함이 나의 꺼풀을 하나씩 스스로 들춰보도록 도와줬다. 그래서 난 오늘도 ‘척’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면전(面前)에서 비난하는 방법, 나를 터놓고 떠들어대면서 솔직해볼 요량이다. 이 글을 빌려 C.S.라는 이니셜을 가진, 우직하게 말해줬던 그 친구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

벌거벗지 못하고 있음에 목숨 바쳐 반성할 필요는 없다. 꿋꿋이 가식적으로 살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말로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며 위로받으려거든 나부터 ‘척’ 없이 벌거벗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어찌 사람의 눈망울과 목소리의 떨림까지 가식을 떨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며, 사람은 사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따뜻한 미소가 나올 수 있지 않은가. 오늘도 단추 하나 더 풀었다면 그로써 시원한 생맥주로 위안하자. 20년이나 우쭐댔던 ‘자기’가 어찌 어깨에 걸린 섹시한 여자의 슬립처럼 힘없이 한꺼번에 흘러내려가겠는가? 따뜻한 미소의 자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조금씩 벌거벗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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