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니 구두 내 구두, 하우 두 유 두?

입력 2016-06-0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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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영어 인사를 우리말로 옮기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나처럼 만날 엉뚱한 생각만 하는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엉뚱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이야기부터 복습해볼까.

How are you?=니가 하우냐?(또는 “어떻게 너냐?”)

I’m fine=(어?) 난 화인인데요.

I’m glad. Nice to meet you=난 글래드야. 너 잘 만났다.

See you later=두고 보자(확 그냥!).

이런 것은 영어를 우리말로 ‘잘’ 번역한 경우다. 우리말을 영어로 잘 만들어서 다시 우리말로 잘 번역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

What is how and how?=뭐가 어쩌고 어째?

You are here=너 여기서 꼼짝 마.

영어 인사 중에서 “How are you?”는 아는 사람끼리 쓰는 말이며 “How do you do?”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라고 배웠다. 앞에서 소개한 대로 “How are you?”가 “니가 하우냐?”라면 “How do you do?”는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건 그냥 억지로 만든 농담이 아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How are you?”라고 하지 않고 “Who are you?”라고 하고는 경상도 사람들은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이 누꼬?”라고 한다고 말했다지 않나? 농담이 아니라 실화라던데,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나 독일의 헬무트 콜 전 총리도 그렇게 했다는 농담이 있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턴가 “How do you do?”라는 인사에 do가 두 번 나오는 걸 이용해 “니 구두 내 구두 하우 두 유 두?”라는 인사말을 만들어 썼다(아닌가? 남이 가르쳐주었던가?). 이번 글은 바로 그 니 구두, 내 구두에 관한 이야기다.

열흘 전, 인사동 어느 술집에서 일본 정종과 소곡주 소주를 원 없이 창쾌하게 들이켜고, 2차로 맥주집에 가서 맥주와 소주를 잘 섞어 마셨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하려고 보니 난생 처음 보는 구두가 있었다. 나는 분명 끈이 달리고 앞부분이 각진 걸 신고 나갔는데, 현관에 있는 구두는 끈이 없고 코 부분이 둥글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날 아침엔 술이 덜 깨어 구두가 바뀐 것도 모르고 출근했다가 슬리퍼로 갈아 신다 보니 생면부지의 물건이었다.

그 구두는 원래 내 것보다 조금 크고 약간 새것이었다. 혹시 두 아들 중 한 녀석의 신발인가 싶어 저녁에 집에 들어가 눈치를 살피고 살금살금 여기저기 다 뒤져보았지만, 이상한 낌새도 없었고 내가 원래 신던 구두도 없었다.

내가 갔던 술집에 그 다음 날 전화를 해보았지만 구두가 바뀌었다는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술자리가 파했을 때는 우리 일행밖에 없었으니 먼저 나간 다른 손님이 내 걸 신고 간 게 분명한데, 구두를 찾는 이가 없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생전 닦지도 않아 지저분한 내 구두가 그리도 좋던가? 궁금하고 찝찝한 상태인 채로 나는 남의 구두를 신고 다니고 있다.

그러나 누가 구두를 내놓으라고 해도 안 바꿔줄 참이다. 구두가 바뀐 건 5월인데, 지금은 벌써 6월 초 아닌가? 혹시 바꿔준다 해도 맨입으로는 안 되겠다. 누가 신고 다니는지 몰라도 내 구두는 ‘하우 두 유 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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