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추소심, 재기해” 곳곳서 남여 충돌… 혐오로 변질된 강남역 추모현장

입력 2016-05-22 18:29 수정 2016-05-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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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강남역 추모 현장에서 한 시위 여성이 '남혐, 여혐 싫어요.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라는 피켓을 든 여성을 팔로 밀치고 있다.(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21일 서울 강남역 추모 현장에서 한 시위 여성이 '남혐, 여혐 싫어요.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라는 피켓을 든 여성을 팔로 밀치고 있다.(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여자가 죽어서 우리도 남자를 혐오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이런데 서로 사랑합시다라고?"(21일 강남역 10번 출구의 한 시위자)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의 자발적인 추모 공간이 점차 남녀 간 극단의 혐오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성들은 '여혐 범죄를 규탄하겠다'는 입장이고, 남성들은 '남혐을 확산시키려는 편 가르기'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일부 여성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앞 추모현장에서 "소추소심"과 "재기해" 등 남성 비하 용어를 외쳤다. 당초 강남역 10번 출구는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피살된 20대 여성에 대한 '포스트잇(메모지) 추모'가 시작된 곳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남성, 혹은 여성 혐오와 연관시키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추소심'은 '작은 ××에 편협한 마음이 깃든다'는 의미로 한국 남성에 관한 비하 용어다. 또 '재기해'는 고(故) 성재기 씨처럼 투신하라'는 의미를 품은 일종의 은어다. 성 씨는 남성연대 창립자로 지난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 사망한 바 있다.

논쟁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은 강남역 10번 출구 옆에 마련된 벽에 추모의 글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꽃을 놓아두며 조용히 피해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이 시위를 자제시키려는 다른 여성을 폭행하는 일도 벌어지고, 남성 시위자가 또다른 남성 행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일어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국내 주요 커뮤니티 등에는 20일부터 이같은 현장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며, 양성 간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만연된 온라인상의 남여 혐오 논란이 살인사건을 계기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온라인으로 확산되며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남성 네티즌들은 "강남역 살인사건은 잘못됐지만 추모공간에서 남혐을 부추기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남성들은 "추모공간에서 극단적 용어인 '재기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네티즌들은 "남성들이 여혐 범죄 추모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반발하는 입장이다. 또한 여성들은 "여자라서 살인한 게 여험이 아니면 도대체 뭐가 여혐이냐"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민이나 네티즌들은 이같은 갈등양상 증폭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장을 찾았다는 한 네티즌은 "자발적 추모의 공간은 간데 없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원색적인 욕설과 고성만 가득한 상황"이라며 "아무리 봐도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분노가 가득찬 한국 사회의 슬픈 단면을 보는 것 같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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