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임박한 테슬라 쇼크… 과거를 답습할 것인가

입력 2016-05-11 13:15 수정 2016-05-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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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뉴미디어부장

3월 31일 미국 전역의 테슬라 매장에는 수백미터의 줄이 늘어섰다. 이날은 테슬라의 중소형 전기자동차 ‘모델3’ 사전예약 개시일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날부터 줄을 서며 밤샘 고행을 불사했다.

‘모델3’의 출시는 2017년 말로 예정되어 있다. 1년 여를 넘게 기다려야 함에도 사람들은 대당 1000달러라는 계약금을 선뜻 지불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모델3’는 한국에서도 온라인 예약이 가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어도 수백명가량이 한국에서 모델3를 사전 예약하지 않았겠냐”라고 추산했다. 전 세계적인 화제 속에 ‘모델3’는 일주일 만에 약 32만대, 한 달 만에 약 40만대라는 엄청난 예약 실적을 올렸다. ‘모델3’의 가격은 3만5000달러. 이 물량이 모두 판매로 이어질 경우 테슬라는 1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조4000억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최근 테슬라에 쏟아지는 관심은 애플과 비슷하다. 매장 앞에서 벌어진 사전예약 행렬도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애플 마니아들이 매장 앞에서 밤새 기다린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바꾼 곳이다. 이 때문에 국내 휴대폰 산업은 한동안 타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현재는 물량에서 애플을 추월했지만, 순이익면에서는 지금도 애플이 단연 독주하고 있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성공한 케이스다. 나머지 한국 기업들은 사라졌거나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은 물론 제품 디자인과 품질에서 완성도를 높이며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휴대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자동차는 휴대폰보다 더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인 만큼, 시장 판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포드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도요타의 ‘도요타 프로덕션 시스템’ 등 산업 혁신의 중심에는 늘 자동차 산업이 있었다. 또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내연기관’은 이제 모터와 배터리로 급격히 대체되고 있다. 이제 누구라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물론 많은 비용은 감수해야겠지만 말이다. 또 이는 스마트폰처럼 중국 기업이 변화의 틈을 비집고 자동차 산업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전자 제조산업의 중심지 아닌가.

따라서 기존의 자동차 산업 가치관은 상당 부분 바뀌어질 수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더이상 최고속도나 토크, 가속 성능, 연비 등을 향상하는 것만으로 시장을 이끌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특히 내연기관이 퇴출되고 전기로 구동되는 모터가 진입하는 신(新) 트렌드는 네트워크 인프라 적용을 가속화할 것이다. 마치 하나의 ‘바퀴 달린 컴퓨터’처럼 말이다.

진입장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염두에 두고, 구글이나 애플은 자동차 산업의 간접적 진출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 등을 선보이며 자동차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을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자율주행’이다. 테슬라 역시 자사 자동차의 차별점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내세우고 있다. 속도나 안전, 경제성을 앞세우던 기존 완성차 업체와 전혀 다른 행보다. 이 때문에 해외 유수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업체와 손을 잡으며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나 BMW보다는 구글과 애플을 더 많이 듣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우 폭넓은 행보가 보이지 않고 있다.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 개발은 성공할 경우 득이 많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기술 고립이라는 문제에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의 경우, 국내 업체들은 구글이 아닌 MS 운영체제를 선택하는 오판을 한 데 이어, 자체 운영체제로도 승부를 걸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어려운 흐름 속이지만, 기대하고 싶은 것도 있다. 자동차 산업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삼성이나 LG와 같은 굴지의 전자업체 본거지다. 또 네트워크 인프라가 가장 잘 발달된 국가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본을 집중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면, 테슬라 같은 차세대 자동차 업체가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

변화는 변곡 임계점에 다르는 순간, 순식간에 일어난다. 준비하는 기업은 ‘혁신’을 했다고 평가될 것이며, 준비하지 않은 기업은 ‘제2의 노키아’로 불릴 것이다. 테슬라는 내년(늦어도 2018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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