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우리 회사 '식구'

입력 2016-04-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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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거나, 한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만큼은 ‘한조직에 속해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매일 오전 11시께 탕비실에서는 배꼽시계를 앞당기는 맛있는 요리향이 난다. 한 달 전부터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다. 지인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부터 서먹서먹하던 회사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는 2층, 3층 간의 소통으로 고민하던 나는 ‘이거다!’ 싶어 ‘함께 밥 먹기’를 바로 도입했다.

늘 ‘점심 뭐 먹지?’, ‘더 싸고 맛있는 곳은 없나?’등 점심시간만 되면 고민하던 직원들이 모두 찬성! 하지만 좀 더 의사소통이 원활해졌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에는 반신반의한 눈빛을 보냈다. 처음 1~2주일은 친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듯해 조금 걱정했으나, 한 달쯤 지나자 효과가 나타났다. 3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늦게 먹는 2층 직원들을 배려해 맛있는 반찬을 남겨두거나, 직원들끼리 식성을 서로 알게 되면서 한두 마디 더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다. 함께 밥을 먹으며 쌓은 좋은 감정을 바탕으로 업무적으로 요청사항이 있을 때도 주저없이 소통하고, 예전 같으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전체회의 시간에도 이제는 서로 의견을 활발히 나누기에, 내가 더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최소한 말을 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만큼은 확실이 줄었음을 체감한다.

예부터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처럼 느껴지고, 좀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끼니를 함께한다는 것은 단순히 같이 밥을 먹는다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식사를 하며 서로의 근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교감의 시간이다.

내성적이고 꼼꼼한 성향의 직원이 많아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은 묵묵히 잘해내지만 다른 팀과의 소통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업무에 시너지 효과를 낼 방법을 찾느라 늘 고민이었는데, 매일 다같이 먹는 ‘밥 한 끼’가 답이었다. 특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시간들이 조금 허무하다고 느껴질 만큼 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지금이라도 알게 돼 천만다행이다.

사람은 상대방의 태도를 보고 자신의 행동 방향을 결정하곤 한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상대의 반응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인 셈이다. 즉 상대가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은 내 자신이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어떤 효과적 화술(話術)보다도, 매일 끼니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여는 데 최상의 지름길인 것 같다. 평소 가까워지고 싶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직장 동료나 선·후배가 있다면 오늘 점심식사를 제안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표님, 오늘은 북엇국만 드시네요. 어제 과음하셨나 봐요.” 점심 시간만큼은 대표가 아니라 식구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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