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회사의 실패

입력 2016-03-1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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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근대 산업혁명 이후 경제성장은 자본주의를 제도적 기반으로 하고, 자본주의 제도에서 생산의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 중에서 주식회사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부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조직이다. 역사상 대부분의 거대기업은 주식회사를 기업조직의 형태로 채택한 기업이었고, 지금도 주식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기업조직이다.

그렇다면 기업조직 형태로 전 세계적 차원에서 주식회사가 선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식회사가 지배적인 기업 형태가 된 이유는 주식회사가 가진 특성에 기인한다. 즉 ①주주와는 별개의 법인격 부여, ②주주의 유한책임 인정, ③주식의 양도성 인정을 통하여 대규모 자본 조달이 가능했다는 점이 주식회사를 지배적인 기업 형태로 만들었다

주식회사가 인류 역사에 등장하였을 때, 회사에 대한 시선이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부론’의 저자로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조차도 회사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식회사는 다양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익 추구에 특화된 조직이었고, 대규모 자본 조달까지 가능하였기 때문에 산업혁명기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였고, 19세기 후반 미국에는 철도, 석유, 철강산업 등에서 거대회사가 출현하였다.

거대회사는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경제력 집중이라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미국에서는 거대회사에 의한 시장 독점을 규제하기 위하여 1890년 반독점법이 제정되었다. 거대회사에 의한 경제력 집중 외에 회사의 역기능으로 문제된 것은 회사의 비용을 외부로 전가하는 부정적 외부효과였다. 수익을 추구하는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하여 직원, 지역사회, 정부, 채권자, 공급사, 소비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회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전가하였다.

2007년 발생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전체를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엄청난 경기침체를 겪어야 했다.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거대회사, 특히 금융회사의 규제되지 않은 무분별한 탐욕이었고, 금융위기는 주식회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 거대한 사건이었다.

현대 주식회사 체제에서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정체되었고, 고용 안정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반면 경영자와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벌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은 심해졌다. 토마 피케티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수백년간 자본수익률(r)은 경제성장률(g)을 능가(r>g)해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동안 회사가 창출한 부가 주주에 의하여 대부분 향유되었음을 말한다. 또한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사실은 경제 성장기에는 모든 과실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던 주식회사가 경제가 어려워질 때는 사회에 엄청난 비용을 전가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었다.

주식회사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의 총아로서 경제적 부의 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한 반면, 경제적 부의 불평등과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기구로도 작용해 왔다. 위와 같은 주식회사의 문제점은 ‘정부의 실패’에 대응하는 ‘회사의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회사의 실패가 존재한다고 해서 우리는 주식회사 제도를 폐기할 수는 없다. 인류가 역사상 발명한 제도 중에서 주식회사만큼 경제적 부 창출에 효율적인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회사의 장점인 경제적 부 창출 기능은 유지하면서 소득 불평등과 부정적 외부효과와 같은 회사의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무엇을 바꾸어야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주식회사 체제를 폐기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은 회사의 실패를 문제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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