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CIA 물고문ㆍFBI 아이폰 암호해제 논란…독재화되는 미국?

입력 2016-02-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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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17일(현지시간) 암호 입력 초기화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해제를 요구하고 애플이 최근 이를 거부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AP뉴시스
▲한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17일(현지시간) 암호 입력 초기화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테러범의 아이폰 암호해제를 요구하고 애플이 최근 이를 거부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에서 중앙정보국(CIA)의 물고문과 연방수사국(FBI)의 아이폰 암호해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물고문과 IT기기에 대한 해킹이라 얼핏 들으면 미국이 독재사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킵니다.

두 가지 이슈 모두 테러에 대한 미국인의 뿌리 깊은 공포에서 비롯됐습니다. 9ㆍ11 테러 직후 CIA는 아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테러 용의자나 위험인물로 지목된 사람들을 감금하고 물고문 등 가혹행위에 의한 심문을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오르면서 이런 고문이 금지됐고 지난해 의회에서 금지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그런데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거듭해서 물고문 부활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FBI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 범인이 소지했던 아이폰의 암호를 풀어 추가 테러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내려 합니다.

테러 공포로 미국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되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이 생길 만합니다. 그러나 CIA의 물고문 부활이나 FBI의 아이폰 암호해제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미국 사회가 아직은 합리성을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FBI의 아이폰 암호해제에 대해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반기를 들었습니다. FBI의 이런 시도는 한 마디로 모든 기기에 백도어(뒷문)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수많은 죄 없는 일반 시민의 데이터 안전이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FBI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FBI의 주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테러 방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지요. 그러나 테러 방지를 위해 암호를 언제든지 국가가 해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악용될 소지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트럼프의 물고문과 관련해서는 보수파 쪽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와 약간 안심이 됩니다. 바로 부시 대통령 시절 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이 미국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주장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22일 “누군가를 물고문하고 싶으면 트럼프가 빌어먹을 물통을 직접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이든 전 국장이나 고문에 참여했던 CIA 직원들은 인권유린으로 온갖 비난과 모욕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 건을 다시 들고 나오니까 고문하고 싶으면 네가 직접 하라고 꼬집은 것입니다.

한편 공화당의 다른 대선 경선 후보인 테드 크루즈의 ‘이슬람국가(IS)에 융단폭격을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헤이든 전 국장은 “비인도적인 대량 살상”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미국도 대선이 다가오면서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온갖 비합리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같은 공화당이고 보수파라고 이런 주장을 무작정 편드는 것이 아니라 헤이든처럼 비판할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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