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더민주’가 ‘더분열’로

입력 2016-01-06 10:42 수정 2016-01-0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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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한길 의원이 탈당했다. 동교동계도 조만간에 탈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친노(친노무현)를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더 이상 대중 정당으로서의 존립이 무의미해졌다고 볼 수 있다. 친노를 제외한 당 소속 의원들이 더 이상 더민주에 대한 소속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민주는 이제 친노들의 정당, 그러니까 ‘꼬마 열린우리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열린우리당과 지금 탈당 러시에 빠져 있는 더민주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친노에 기반을 둔 정당이라는 점이 그렇고 지역 기반을 가졌지만 후에 그 지역 기반을 잃었거나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 정당에 있어서 지역 기반은 그 정당성을 떠나 정당으로서 존립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매우 필요한 요소다. 최소한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지역 기반이 없어지거나 흔들리면 정당 자체의 존립이 흔들리게 된다. 과거 열린우리당이 단명했던 것도 상당 부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선 호남 지역 의원들은 오히려 판단이 쉽다. 이미 호남 민심은 더민주를 떠났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호남 외의 지역 출신 의원들이다.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의원들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탈당을 안 하자니 호남표가 모두 날아가게 생겼고 탈당을 하자니 전국에 약 8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적극적 친노들이 당선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은 서울·수도권 의원들은 이런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한길 의원의 탈당으로 결단은 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의원이 탈당을 결심한 배경에는, 문재인 대표를 상징으로 하는 주류 측이 공천 과정에서 비주류를 배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 존재하고, 그래서 총선 이후에는 더욱 고사할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김한길 의원의 탈당은 단순히 한 계파의 수장이 탈당했다는 의미보다 비주류가 더 이상 더민주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그렇기에 비주류 의원들의 결심은 좀 더 쉬워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민주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는 어떨까? 그가 대구지역에 출마하면서 내건 명분은 바로 지역주의 타파였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자신이 소속된 더민주는 호남에서 괄시받는 정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됨으로써 자신이 내건 명분은 더 이상 먹히기 힘들게 됐다. 여기에다 비주류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던 김한길, 안철수 두 사람이 탈당했으니 나름 결심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김부겸 전 의원은 얼마 전까지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니 그의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 그가 생각해야 할 점은, 호남지역에서 지지받는 정당이라야 출마 명분이 세워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더민주’는 ‘더분열’로 가는 것이 분명하다. 이 분열은 단순한 분열이 아니라 분당으로 이어지고 결국 제1야당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념을 내세운 정당을 제1야당으로 남게 하느냐, 아니면 탈이념을 선언한 정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 것이냐의 여부는 바로 유권자의 생각에 달려 있다. 정치는 국민을 계몽하고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따르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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