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전문성과 다양성을 보장할 비례대표제 개선방안

입력 2015-12-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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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

4개월도 남지 않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방식에 대한 마지막 진통이 거듭되고 있다. 전면적 선거구 조정이란 개혁의 길이 열리게 된 것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시작된 것이다. 헌재가 인구 30만명과 인구 10만명의 표가 정치적으로 동등하게 유지되는 것은 불평등이고, 인구 편차가 최대 2:1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하면서 여야는 협상에 나섰다. 유권자의 정당한 참정권과 지지 의사로 표현된 표의 등가성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개혁이다. 부수적으로 지역적 대립 구도도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전라도와 경북의 대표성은 축소되고, 경기도와 충청의 정치적 대표성은 확대됐다. 정치 주도세력으로 군림해온 대구 경북과 호남이라는 지역 대립적 정치는 완화될 것이고, 경기와 충청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다. 지역 주도적 정치가 서울 경기, 부산, 대전 충청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여론 주도적 정치로 전환돼 나갈 것이다.

정치 개혁이 진전되고 우리 국회가 더 성숙되기 위해선 비례대표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출만으로 표출하기 어려운 전문성과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비례대표로 과학자, 의사 혹은 군 출신은 물론이고 탈북자, 월남자 및 귀화인 등이 진출했던 것 등은 취지에도 맞는 성공적 제도 운영이었다. 그러나 그런 비례대표는 전체적으론 소수였고, 대부분 특정 이념세력의 정치 진출 통로가 됐다. 이석기, 김재연과 같은 통진당 의원 6명이 진출했던 것이나 국회 내내 논란을 빚었던 한명숙, 임수경, 김광진, 김현 등이 모두 비례대표로 진출했던 사실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자유경제원의 법률에 대한 찬반 표결 조사를 보면 전체 국회의원 중 가장 반 시장적이고 반 기업적 국회의원으로 평가된 10명 중 9명이 비례대표 출신이었다. 제도의 취지를 짓밟게 만든 결과다.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는 권력을 감시하다 말고 김기식과 박원석 등 다수 비례대표를 배출하며 스스로 권력이 됐다. 산업 발전과 시장경제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지 못할망정 시장경제에 반하는 인사들이 비례대표제를 통해 결집하게 된 것은 비례대표제가 헌법 가치와 국민 대표성을 왜곡시키는 제도가 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면적 개선이 불가피하다. 일단 비례대표 숫자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비례대표 출신 국회의원은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그런데도 선출 과정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간과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다. 지역선출 후보와 거의 동시에 공천되다 보니 유권자의 모든 관심은 지역구 공천자에게 쏠리게 되고, 비례대표 선출은 평소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습관적으로 투표한 결과로 나타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국가관도 없고 대한민국 정체성에 맞지 않는 세력이 대거 진입해 주도세력으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대표할 수 없는 당대표나 당내 유력자의 측근으로 활동하던 인사들이 비례대표로 진출해 대표성을 왜곡시키고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들기도 했다. 장관과 정부 기관장도 청문회를 거치는데 국회의원이 검증도 없이 들어와 정치를 좌우하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

급한 대로 합의될 수 있는 것은 비례대표 공천을 선거일 최소 60일 전에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지역구 공천보다 최소 1개월 전에 공천되도록 함으로써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유권자가 충분히 비례대표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간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례대표제가 잘못된 이념 세력이나 무자격자 혹은 권력 실세 측근의 진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충분한 검증 과정과 기간이 주어질 때 비로소 국민은 비례대표 공천을 보고 각 정당이 어떤 정치를 지향하겠다는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고, 비례대표 공천에 잘못이 많은 정당에 대해선 지역구 선출 과정에서 반영할 수도 있다. 물론 문제가 되는 비례대표를 사퇴시켜 잘못된 선출을 막을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국회의 구성 수준을 현격히 제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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