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부처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경쟁'이 치열하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국토교통위원회는 당초 정부안보다 2조4700억원이 증액 의결했다.
정부가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1조5000억원 줄여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금액이 증액 의결됐다.
특히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사업에 1조7500억원의 증액이 집중됐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도로, 철도, 공항 등의 신설·개선 사업에 쓰이는 돈이다. 지역구 의원 입장에선 총선을 앞두고 '치적'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사업이기도 하다.
일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의 경우 많게는 당초보다 35배까지 늘어났으며 영남, 호남, 충청, 수도권 등 권역별로 '고르게' 배분됐다. 여야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심사를 했다는 지적이 가능한 셈이다.
충청권에선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공항을 잇는 복선전철 사업 예산이 당초 10억원에서 347억원으로 늘었다.
예산이 35배로 늘어난 이 전철은 국토위 소속이자 예결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3선, 청주청원)의 지역구에서 출발, 같은 당 이해찬(6선, 세종)·양승조(3선, 천안갑) 의원 등의 지역구가 영향을 받는 야당 '중진 라인'이다.
호남권에선 전남 강진과 해남을 연결하는 옥천-도암 도로건설 예산이 2억원에서 12억원으로 6배가 됐다. 역시 국토위 소속인 새정치연합 김영록 의원(재선, 해남·완도·진도) 의원과 같은 당 황주홍(초선, 장흥·강진·영암) 의원의 지역구다.
영남권에선 경남·북을 가로지르는 한기리-교리 국도 확장 예산은 45억원에서 175억원으로 약 4배로 늘었다.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이면서 예결위원인 새누리당 이철우(재선, 경북 김천) 의원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성범(재선, 경남 산청·함양·거창) 의원의 지역구를 잇는 '간사 라인'이다.
수도권에선 경기 고양 덕양구의 관산-원당 국대도건설 예산이 토지보상비 급증 등을 이유로 49억원에서 231억원으로 약 5배가 됐다. 덕양구는 국토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태원(재선) 의원과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재선) 의원의 지역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