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바닥난 신흥국들, 미 국채 대량 매도

입력 2015-10-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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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유례없는 속도로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12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 시장에서 금융 위기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온 중국 러시아 브라질 대만 등 4개국이 최근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신흥국의 경기 둔화가 미 경제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새삼 부각시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도이체방크증권에 따르면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상환기간 1년 이상인 미 국채 순매도액은 7월까지 1년간 1230억 달러로 1978년 통계를 시작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 270억 달러 순매수에서 급반전한 것이다.

대부분의 신흥국은 최근 10년간 대규모 무역흑자와 원자재 관련 수익으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 국채를 대거 매입했다. 미 채권 시장은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데다 미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라는 이유로 미 국채를 사는 국가가 많았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미 국채 매입액은 2013년 1월까지 1년간 230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원자재 가격 급락,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달러 강세로 신흥국에서 자본 유출이 가속화하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 자산을 내다팔기에 이르렀다. 특히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했던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1일 위안화를 갑자기 절하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로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위안화 매도세가 유입됐다. 이에 위안화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환율 개입을 단행, 위안화 가격을 달러당 6.40위안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인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인민은행의 추산으로는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느라 8월에만 1200~1300억 달러가 투입됐다.

미 국채 매도에 나선 건 중국 뿐만이 아니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미 국채 보유액은 7월까지 1년간 328억 달러 감소했다. 대만은 68억 달러, 노르웨이는 183억 달러 각각 감소했다.

역설적인 것은 신흥국들의 미 국채 매도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에 가깝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013년 중반, 연준이 채권 매입 축소를 시사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된 이른 바 ‘긴축 발작’이 발생하기 전에는 1.6%까지 하락했었다. 7일 미 채권 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33%로 마감했다. 2013년 말에는 3.03%를, 2014년 말에는 2.173%를 기록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 우선 세계 경제를 둘러싼 비관론을 배경으로 해외 민간 투자자들의 미 국채 매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 국채 수익률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기업과 금융기관은 일부 해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계속 미 국채를 매입하고 있어 미 국채 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펀드조사기관인 리퍼에 따르면 미 국채를 대상으로 한 미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1~9월 순유입이 204억 달러로 2009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는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 매입에서 매도로 전환함으로써 가격 편차가 커질 것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세계 경제의 기반이 보다 견조해지는 국면에서 수익률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SLJ 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젠 매니징 파트너는 “중앙은행에 의한 지난 10년간 매입이 장기 미 국채 수익률 하락에 기여했다”고 말하고 “현재는 이른바 반전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 탓에 미 채권 시장이 외부의 자극에 취약해졌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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