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더-마티아스 뮐러] ‘포르쉐 질주’ 이끈 뮐러, 폭스바겐 구세주 될까

입력 2015-10-0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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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장 잘 아는 CEO, ‘신뢰 회복’ 최우선 과제 개혁 박차

“현재 사태에서 올바른 결론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최고의 투명성을 갖추고 기존의 모든 것을 뒤집겠습니다.”

설립 78년 이래 최악의 위기에 놓인 폭스바겐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선 마티아스 뮐러의 포부다.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자동차 산업이 근간인 독일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나아가 디젤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뮐러 신임 CEO는 폭스바겐그룹에서만 약 40년간 근무한 잔뼈 굵은 인사다. 지난 2010년부터는 포르쉐 CEO로 활동했으며, 이 기간에 포르쉐의 판매량을 두 배가량 끌어올리는 등 수장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국민차’라는 의미를 담은 ‘폭스바겐(Volkswagen)’. 폭스바겐그룹이 소비자를 배신한 차에서 다시 과거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뮐러 CEO의 행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략적·진취적 사고 소유자… 포르쉐의 전성기 이끌어 = 뮐러 CEO는 포르쉐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폭스바겐그룹 CEO로 임명되기 전부터 이미 주목을 받았다.

포르쉐는 지난해 18만9849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20%가량 증가한 172억 유로(약 22조874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 늘어난 27억 유로를 달성했다. 직원수도 2만2401명을 기록해 전년도 1만9456명보다 15% 이상 늘었다.

진취적인 사고의 소유자로 “포르쉐는 항상 흥미로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뮐러 CEO의 경영 전략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뮐러 CEO는 포르쉐를 운영하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을 갖춘 ‘창과 방패’ 경영전략을 추구했다.

뮐러 CEO는 “시장의 니즈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고, 포르쉐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돌발적인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곤 했다. 내부 아이디어를 검토할 땐 ‘포르쉐의 가치에 부합하는가,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등 여러 방면으로 신중하게 판단한 후 실행에 옮기는 인물로 알려졌다.

안전을 중시하면서도 회사의 발전에 대해서는 진취적인 사고와 자부심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뮐러 CEO는 “포르쉐 성장의 한계를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경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포르쉐도 성장해 나갈 것이고, 포르쉐가 단순히 몸집만 큰 기업이 아닌,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업체로 오랫동안 남고 싶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포르쉐가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아직 0.3%에 불과하지만,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성장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것이다.

뮐러 CEO는 지난달 중순 ‘미션 E(MISSION E)’라는 이름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미션E는 포르쉐가 기획 중인 전기차다. 4인승의 미션E는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다. 1회 충전으로 500km가 넘는 거리를 소화할 수 있으며,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3.5초에 불과할 만큼 기존 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을 뽐냈다.

뮐러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기존 전기차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도발적인 발언으로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뮐러 CEO는 포르쉐를 소비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그는 포르쉐 브랜드 홍보전략의 일환으로 작년에 자동차 경주대회인 ‘르망 24’에 다시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르쉐는 이 대회의 출전 기간을 오는 2018년까지 연장했다.

뮐러 CEO는 “포르쉐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감성을 담은 포르쉐를 판매할 수 있도록 개발, 생산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회사 성장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포르쉐의 성공 요인을 두고 빠른 의사결정, 유연한 팀 활동을 꼽은 뮐러 CEO는 “생산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비즈니스 사례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품·생산 총괄 경험… 현장을 아는 CEO로 기대감 높아 = 폭스바겐그룹 수장으로 나선 뮐러 CEO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는 그가 기술자 출신으로 현장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뮐러 CEO는 지난 1977년 아우디의 공구제작자(툴메이커) 견습생으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폭스바겐그룹과 연을 맺었다. 1993년엔 아우디 ‘A3’의 제품관리부문을 총괄했다. 2003년부터는 폭스바겐그룹 내 스포츠 브랜드를 관리하는 책임자로 활동했으며, 2007년부터는 폭스바겐그룹 내 제품 및 브랜드 관리 수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당시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그룹 CEO가 CEO 자리에 올랐던 시기로, 뮐러 CEO는 이때부터 폭스바겐그룹의 주요 인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2010년엔 포르쉐 CEO 자리를 꿰찼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술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는 만큼 폭스바겐그룹 내 감독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수장으로 나선 뮐러 CEO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신뢰 회복이다.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폭스바겐그룹으로부터 등을 돌린 소비자, 투자자, 정부 관계자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임무다.

폭스바겐그룹의 배출가스 의혹이 불거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디 210만대, 스코다 120만대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이미 폭스바겐그룹의 주가는 미국 규제당국이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후 열흘 만에 35% 가까이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스바겐그룹이 처음에는 관련 사태를 외면했지만, 지금은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뮐러 CEO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FT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뮐러 CEO는 빈터콘 전 CEO와 달리 일반적으로 관행을 따르는 스타일이 아닐 뿐더러, 글로벌 감각을 더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뮐러 CEO는 폭스바겐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가장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뮐러 CEO가 폭스바겐그룹의 전 회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미국 경제지 포춘은 조명했다. 빈터콘 전 CEO와의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피에히 전 회장이 차기 CEO로 뮐러를 일찌감치 점찍어 놓았다는 것. 이미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직원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한 뮐러 CEO가 새로운 폭스바겐그룹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뮐러 CEO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술자로서 그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드렛일을 도맡았던 말단 직원부터 수만명의 직원을 책임지는 CEO까지 내달린 뮐러 CEO. 폭스바겐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지금,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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