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30대 그룹의 혁신이 필요한 까닭

입력 2015-09-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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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2팀 차장

얼마 전 일어난 롯데 사태는 한국 재벌이 답습하는 후진적 경영스타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90세가 넘도록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4)의 ‘황제경영’에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형)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동생) 간의 ‘형제의 난’까지 그야말로 대한민국 재벌 문화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비단 롯데뿐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재벌기업이 국내 경제에 어마어마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공공성이 높은데도 당연한 듯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것은 물론 가족 간 전쟁도 흔한 일이 됐다.

실제로 30대 그룹 총수일가의 주식 자산 승계율은 여전히 상당하다. 올해는 전년 대비 6.5% 상승한 41.7%를 기록했다. 30대 재벌 총수 일가 주식의 절반 가까이가 2세 이하 몫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3남매의 주식 자산가치는 1년 사이 10조원 가까이 불어났으며 승계율도 50%를 넘어섰다. 또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직계 자녀에 대한 주식자산 승계율은 무려 85.4%나 됐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30대 재벌의 절반가량이 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관한 특별 예외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기존 주주의 일부에게도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향후 2·3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문제는 누구나 이 같은 승계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여기면서도 아무도 이를 해결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롯데 사태로 그나마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것 또한 언제 신기루처럼 사그라질지 모른다.

특히 총수 일가가 회사의 돈줄을 쥐고 있는 이상 경영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전문경영인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는 없다. 검증되지 않은 재벌 3·4세보다는 대부분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는 선진국의 대기업 문화와도 상반된다.

재벌 승계는 수많은 실패 사례만 양성한 용도 폐기된 경영 정책이다. 왕자의 난을 겪으며 해체된 이후 차 떼고 포 떼고 30대 그룹 내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그렇고, 형제 경영 승계 실패 후 여전히 형제의 난을 겪으며 전 계열사가 경영난을 안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렇다. 두산그룹·효성그룹 등 상당수 재벌 그룹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굳건히 버텨 왔던 삼성·현대차그룹마저도 국내 충성 고객들이 돌아서고 있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학자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 원장은 최근 펴낸 ‘2030 대담한 미래2’를 통해 “수년 내로 삼성에 위기가 닥치고 10∼15년 안에 30대 그룹 중 절반이 사라진다”다고 경고했다. 또 “삼성이 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세계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30대 재벌 그룹이 무너져야 한다는 식은 아니다. 다만 고질적인 재벌 승계보다는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회사가 자부하는 혁신이 아닌 진정 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역행하는 지금의 재벌 문화는 제대로 ‘죽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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