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올 가을 데드라인' 상고법원 도입 총력… 전망은

입력 2015-09-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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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고법원' 도입 여부가 올 가을이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고'는 2심 재판에 불복해 3심 재판을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3심 재판을 대법원이 아닌 별도의 법원을 설치해 심리하도록 해 현재의 대법관들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소수의 사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상고법원 도입에 대해 "올 가을 내로 못하면 좌절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국정감사에 이어 내년 총선 준비에 들어가게 되면 사실상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기간은 올 가을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 상고법원 도입하면 '심리불속행' 없어지고 대법관 사건 수 줄어

현재 상고법원 도입은 대법원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무방할 만큼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법원 추산에 따르면 올해 상고심 사건은 4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들이 1년에 4만건을 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직 대법관은 이러한 상황을 놓고 "대학병원 의사들이 감기 환자를 돌보느라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빗댔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2심에 불복해 제기되는 상고심 사건은 대부분 상고법원 판사들에 의해 처리되고, 대법관들은 원칙적으로 자신들이 선별한 주요 사건들만 심리한다. 다만 헌법에 위배되는 쟁점이 있거나, 상고법원 판결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다시 한 번 대법관들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특별상고'가 허가된다. 예외적으로 4심을 인정하는 셈이다.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대법관들에게 3심 판결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지만, 대신 '심리불속행' 판결을 받는 일은 없어진다. 심리불속행이란 대법원이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 당사자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대법원에 올라온 사건 중 절반 이상이 심리불속행으로 제대로 된 심리를 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며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 4심제, 2심 부실화, 대법원장 권한 강화… 상고법원 대안으로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도

현재 대법원이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데에는 법조계에서 이견이 없다. 다만 이 난점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원인은 상고법원 제도 역시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상고법원 판사를 임명하는 것을 놓고 법조단체에서는 '아랫돌 빼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차피 상고법원 심리를 맡을 판사가 별도로 충원되는 인력이 아닌 이상 1,2심 재판을 맡고 있던 판사 중 고급인력을 추려 상고법원 판사로 임명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그만큼 1,2심 재판이 부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대법관 전원을 지명할 수 있는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이 상고법원 판사 임명까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면 3심 사건 수가 폭증하게 되는데, 이를 고스란히 상고법원 판사들에게 감당하라고 하는 것이 옳은가의 문제도 생긴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과 함께 대법관 수를 늘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모두 받아주되, 대법관 1인당 처리하는 사건 수를 줄여주면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 '원벤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법관 수가 50~60명으로 늘어나면 의견이 엇갈리는 쟁점도 그만큼 증가하고, 통일된 법해석 기준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법원 내부와 국회 일부에서는 상고법원과 대법관 증원안에 모두 반대하고 '상고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고허가제는 3심 재판을 받아줄 지 여부를 법원이 정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도입됐지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1990년에 폐지됐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공개적으로 "상고법원에 판사를 보내면 1,2심 재판이 부실화되니 상고 허가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상고허가제를 도입이 필요하다는 이들은 오히려 상고허가제야 말로 법원과 국민에 모두 이롭다고 주장한다. 2심 재판이 3심에서 뒤집힐 확률은 100건 중 3~6건 정도에 그치는데, 뒤집어서 얘기하면 90% 이상의 당사자들은 소송에 매달리는 시간만 길어질 뿐, 제대로 된 권리구제는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고허가제를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상고법원이나 대법관 증원은 사건을 빨리 종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단점을 가진 안이 된다.

실제 상당수의 법조인들이 상고허가제가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데 찬성하고 있지만, 국회와 법원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검토되고 있지 않다. 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상고허가제를 찬성한다는 국회의원은 사실상 상고법원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3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을 나서서 할 국회의원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 상고법원 도입, 과연 어떻게 될까

당초 상고법원 도입은 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을 포함한 162명의 이름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제출될 때만 해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 일부가 강력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있어 대법원이 원하는 대로 법안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국회의원들이 기를 쓰고 상고법원을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고법원을 반드시 해줘야겠다고 할 이유도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실제 처음에 법안에 이름을 올렸던 야당 의원들 중 상당수는 최근 대법원 판결들을 염두에 두고 '재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사건이 파기환송되고,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유죄확정 되면서 원래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이었던 의원님 생각도 돌아섰다"고 전했다.

판사 출신의 서기호 의원과 검사 출신의 김진태 의원이 강력한 반대 입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대법원으로서는 난관이다. 상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야 본회의 상정을 바라볼 수 있는데, 사실상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소위원회에서 반대하는 의원이 둘이나 있으면 상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최근 인사를 통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한 것도 이러한 '최후의 난관'을 뚫을 카드로 발탁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임종헌 차장의 경우 강한 정책 추진력을 검증받은 인물이고, 이민걸 기조실장은 오랜 기간 법원행정처에서 일하며 법원 내에서 국회와 가장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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