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연꽃 보러 갑시다

입력 2015-08-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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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관장

전국 각지에서 연꽃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 위치하고 있는 상주 지역의 크고 작은 연못에도 연꽃이 잔뜩 피어 있다. 모든 꽃들이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연꽃은 들여다볼수록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꽃이다. 불교와 관련이 많은 꽃이라는 선입감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전혀 화려하지 않은 화색과 단순한 화형은 극도로 절제된 미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의 많은 문인들이 연꽃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연꽃은 보기에만 아름다운 꽃이 아니다. 잎에서부터 뿌리, 종자에 이르기까지 식물체 모두가 약용 혹은 식용으로 이용되는 쓸모 있는 식물이다.

활짝 핀 연꽃은 관상용으로 흔히 사용되지만 개화하기 전의 봉오리를 따서 말린 것을 연화(蓮花)라 하며 흔히 지혈제로 이용된다. 여름철 활짝 핀 꽃의 수술은 연수(蓮鬚)라 하여 역시 귀중한 생약 중 하나이다. 잎의 생약명은 하엽(荷葉)으로 역시 생약재이지만 민간에서는 차로 마시거나 음식물을 싸서 보관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종자도 약용과 식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연근이라 불리는 지하경은 식용 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연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다양한 조리 방법으로 식용되는 중요한 채소류이다. 연근에는 질 좋은 녹말이 대부분 함유돼 있지만 비타민 B1이 특히 많은 채소로 알려져 있다.

연꽃은 인도를 비롯해 한국, 일본,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널리 분포하고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및 남부유럽, 북아프리카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다. 인도를 중심으로 재배 역사가 매우 긴 식물이기도 하다. 기원전 2000년경의 인도 고대 의학서적인 차라카 삼히타(Charaka samhita)에 이미 연근의 약용 가치와 복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을 정도이다. 또한 고대 인도에서는 연잎을 일상적 향신료로 사용했고 열병 환자의 온몸을 잎으로 감싸 치료하는 데 이용했다. 또한 큰 잎을 종이 대용으로 글씨를 쓰는 데 이용하거나 부채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오래된 기록에 남아 있다.

중국에 불교가 전해지기 이전에 연꽃은 이미 중국인들에게 애호됐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는 연꽃을 보통 하(荷)라고 하며 하화(荷花) 또는 연화(蓮花)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연꽃은 길상(吉祥)의 의미를 나타낸다. 정월달에 한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연꽃과 잉어가 함께 그려진 그림(蓮年有魚)이나 연꽃과 어린아이의 그림(蓮年貴子)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또한 하나의 가지에 두 개의 꽃이 피는 연꽃을 빗대어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식물로 나타내기도 했다.

연꽃은 불교와 힌두교를 비롯한 인도 유래의 종교에서 생명의 탄생과 정토(淨土)의 세계를 상징하는 꽃이다. 인더스 문명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유물 가운데 유독 연꽃 형상의 장식물을 머리에 쓰고 있는 점토상이 많다. 당시의 연꽃은 생명의 모태가 되는 물과 대지의 생산력을 상징하는 식물이었다. 힌두교에서 3대 신의 하나인 비슈누의 배꼽에 연꽃이 피어 있고 행운과 생식의 여신 락슈미(Lakshmi)는 연꽃으로부터 탄생하였다고 힌두교 경전인 리그베다(Rgveda)에 서술돼 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 연꽃 속에서 환생한다는 우리나라 고전소설 속의 이야기도 이와 같은 탄생의 의미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인도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바루나(Varuna) 신의 극락정토에는 연꽃이 만개하고 꿀이 흐르는 강이 있다. 이후 불교에서 연꽃은 극락을 상징하고 석가모니가 마야부인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나 사방으로 발자국을 뗄 때마다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또한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잎과 꽃이 더럽혀지지 않고 청결함과 향기로움을 유지하는 모습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연꽃을 회화, 단청, 조각, 부도, 탑, 건축 등의 문화에 다양한 문양으로 표현했다.

연꽃은 아름다움과 종교적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종자 수명이 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종자 껍질 자체가 워낙 견고하고 연꽃의 생태적 특성상 온도 변화가 거의 없고 습기가 많은 땅속 깊숙한 곳에 종자가 묻혀 있어 장기간의 활력 유지가 가능하다고 추측된다. 실제로 일본의 사이타마(埼玉)현 교다(行田)시에서 출토된 기원전 1400년 전의 연꽃 종자가 성공적으로 발아돼 재배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흔히 연근이라 불리는 연꽃의 지하경에는 보통 9개 전후의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이는 잎에서 빨아들인 산소를 공기가 부족한 진흙 속의 지하부까지 운반해주기 위한 구멍이다. 이것은 통기공이라 하며 수면 위로 올라와 자라는 긴 엽병을 잘라서 들여다보면 역시 아주 미세한 9개의 구멍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구멍은 대기와 지하부를 연결해주는 연꽃만의 독특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관광객이 급감해 지방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전국 각지의 연못으로 한번쯤 연꽃 관광을 해볼 것을 권해본다. 카메라에 연꽃의 풍성한 잎과 꽃을 담으며 은은한 연꽃 향기에 취해보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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