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어디로] IMF가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 부추긴다?

입력 2015-08-17 16:02 수정 2015-08-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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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사흘 연속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로 세계 시장을 뒤흔든 중국.

이에 대해 지난 10여 년간 중국 위안화가 과도하게 평가절하돼 있다고 미국 정부와 한 목소리로 비판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이 태도를 180도 바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부추기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부터 13일까지 사흘 연속 각각 1.9%·1.6%·1.1%씩 총 4.6%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켰다. 인민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하루 상하 2% 변동폭은 수급에 따른 시장의 탄성과 조정기능을 부여하고 한편으로 시장이 지나치게 출렁거릴 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위안화 평가절하의 당위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IMF의 용인이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을 1.86%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안화 빅뱅(HSBC)”, “인민은행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인가(JP모건)” 등의 놀랍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연말까지는 위안화 환율이 변동없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지도부가 국가적인 차원의 목표로 내건 위안화의 국제화에 주목했다. 해외 기업과 금융기관의 위안화 사용을 촉진하려면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피해야 하기 때문. 5년에 한 번 있는 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상황은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변동성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 3월 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위안화 약세는 원하지 않는다”며 자국의 수출 촉진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을 부인했다. 또한 그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래의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5개월 가까이 달러당 6.20위안대로 고정시켜왔다.

그러다가 중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이러한 환율 유지 정책이 수출 부진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위안화의 실질 실효 환율은 15.3% 상승했다. 다른 신흥국 통화가 평균 8.8%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해관총서가 8일 발표한 7월 무역 통계에서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하며 시진핑 정권이 내건 7% 성장률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9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는 가운데 위안화와 달러가 연동을 계속 유지하면 위안화의 실질 실효 환율이 더욱 상승해 수출 경쟁력은 한층 약화될 수 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IMF가 4일 발표한 SDR 재검토에 관한 보고서다. 통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무역의 양’과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한가’라는 두 가지 대전제를 충족시켜야 한다. 보고서는 중국은 수출량에서 유럽연합(EU),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리를 유지하는 등 무역의 양에서는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환율 결정 방식이었다. 달러로 환산한 SDR의 가치를 매일 산출하는데 있어서 각 구성 통화에 대해 어떤 환율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위안화 환율은 거래에 제한이 있는 국내(온쇼어) 시장에서 결정하는 ‘CNY’, 거래 제한이 없는 해외(옵쇼어) 시장에서 결정하는 ‘CNH’, 거기에 인민은행이 거래 기준으로서 매일 발표하는 ‘기준치’ 등 세 종류가 있다.

IMF는 보고서에서 “인민은행이 결정하는 기준치가 실제 시장 거래에 근거하지 않고, 온쇼어 시장 환율에서 2% 가량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SDR에 위안화를 편입할 경우는 “중국 당국과 논의해 시장에 근거한 대표적인 환율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MF의 이같은 지적이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하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해외로의 자금 유출 압력을 배경으로 온쇼어 시장에서의 위안화 환율이 기준치를 밑돌고 있어 시장력에 맞추는 것은 기준치의 평가 절하를 의미한다. 중국 입장에선 IMF의 지적에 부응하는 형태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인민은행은 평가절하를 시작한 11일 전까지 임의로 기준환율을 정했으나 이후부터는 전날 종가와 시장 참가자들의 주문 가격, 외환 수급 현황과 주요 통화 환율 변화 등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 아시아의 야오위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수와 수출 침체, 디플레이션 우려 등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는 일맥상통한다”며 “시장력을 고려한 기준치 결정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향한 긍정적인 재료도 된다”고 말했다.

IMF는 12일 “환율의 결정에 시장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의 결정은 환영할 만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인민은행도 기준치 검토의 목적은 “시장을 통해 환율을 결정하는 것”으로서 수출 자극이 목적임을 부정했다.

17일, 일단 위안화 약세 속도는 주춤해졌다. 인민은행이 환시 개입에서 손을 뗀 것도 있지만 무역 상대국들의 반발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움직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미 의회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중단하지 않는 한 SDR에 위안화 편입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반대론이 거세다.

미국 의회는 이와 관련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환율조작 대처 방안을 마련하거나 현재 계류 중인 환율조작 관련 응징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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