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9부 능선 넘었다… “1000억 기금 조성, 협력사도 보상”

입력 2015-08-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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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위 권고안 대부분 수용… 보상위 구성해 올해 안에 보상 마무리

8년여간 지속된 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협상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보상 주체인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가 제안한 조정권고안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실제 보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조정안에 대해 협상 3주체 모두가 입장을 밝힌 가운데, 신속한 보상이 시작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3일 백혈병 보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1000억원을 사내에 기금으로 조성, 보상금 지급과 예방활동, 연구활동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익법인 설립보다 사내기금을 통해 신속한 보상을 실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삼성전자는 “조정위가 권고한 사단법인 설립은 법인을 만들고 그 법인을 통해 보상을 실시하려면 또다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또한 상설기구와 상근인력 운영 등 보상 이외의 목적에 재원의 30%를 쓰는 것보다 고통을 겪은 분들께 가급적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0억원 규모의 사내기금은 △반도체산업 안전보건 증진을 위한 연구 조사 △반도체 중소기업 산업안전보건컨설팅 △반도체 산업안전보건전문가 양성 △해외 사례 조사 △기타 반도체 산업 안전 보건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퇴직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사회적 부조라는 인도적 관점에서 상시 근무한 상주 협력사 퇴작자에 대해서는 당사 퇴직자와 동일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 보상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보상 대상은 2011년 1월 1일 이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와 LCD 생산 등 작업공정, 관련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수행하다가 1996년 이후 퇴직한 근로자다. 권고안은 2011년 이전 입사자 모두를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이럴 경우 40년 전 퇴직자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상주 협력사 소속인 경우에는 2011년 1월 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생산라인에 배치돼 상주하며 작업공정, 관련 시설의 설치 정비 및 수리 업무를 1년 이상 상시 수행하다가 1996년 이후 퇴직했다면 대상에 포함된다.

보상 질병도 조정위의 권고안 대부분을 따르기로 했다. 조정위는 권고안에서 7개 병종과 5개 질병군 등 12개 항목을 보상 대상으로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유산·불임 군을 제외한 11개 항목을 모두 대상으로 할 방침이다. 다만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구한다.

퇴직 후 발병시기와 관련해서는 최대 10년으로 제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9년 이상임을 고려하면 이 질병들의 퇴직 후 발병시기 기준은 최대 10년을 넘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권고안은 일부 질병의 경우 잠복기가 최대 14년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들 질병에 대해서는 퇴직후 14년 이내에 발병할 경우 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더불어 신속한 보상을 위해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구성한다. 가족위도 지난달 30일 권고안에 대한 입장 표명 시 신속한 보상을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보상 신청자에 대해 원칙과 기준에 따라 심사한 뒤 올해 안에 보상이 마무리 되도록 신속한 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보상금 산정 기준은 권고안이 정한 바에 따르되 1군과 2군에 적용하도록 돼있는 미취업 보상과 위로금은 두 항목을 합쳐 2년간 평균임금(성과급 제외)의 70%를 지급한다. 이는 단순 계산할 경우 약 17년 근속 후 받는 퇴직금과 비슷한 규모에 해당한다. 보상위원회는 질병별 치료비 통계 등을 기초로 상세한 산정기준을 마련해 합리적이고 신속한 보상을 실시한다.

재발방치책과 관련해서는 전문적·독립적 종합진단 실시하고, 종합진단기구를 구성해 실행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종합진단팀을 구성한다. 종합진단팀은 고용노동부가 위촉한 반도체 보건관리 모니터링위원회 위원 중에서 4~5명을 추천받고 여기에 국내외 전문가 2~3명, 근로자 대표 1~2명을 더해 구성한다.

진단을 통해 문제점이 나타나면 진단기구가 제시하는 개선안을 신속히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모든 화학제품에 대한 중대 유해물질 포함 여부 조사·발견시 제품 사용정지 △임직원건강지킴이센터 신설·산재의심 질환 발생 시 산재신청 등 종합적 지원실시 △임직원 건강관리 전담인력 확대·맞춤형 진단 및 치료 제공 △노사 동수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지역주민과 지역언론 참여 화성·용인 소통협의회 활동, 지역 환경단체와의 협의회 활동 강화 등의 예방책을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사과문을 작성해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보상 방식을 비롯해 보상 대상과 질병, 금액 및 재발방지책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조정위가 권고한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만큼, 업계는 올해 안에 보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백혈병 보상 문제는 8년을 끌어온 만큼 신속한 보상을 원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실질적인 보상이 시작되야 할 때”라며 “삼성전자가 조정위 권고안 상당 부분을 수용한 점, 보상 대상자인 가족위와 비슷한 입장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삼성 백혈병 보상이 물꼬를 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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