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은행,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

입력 2015-07-1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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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은행팀장

35만명의 군 장병이 가입한 나라사랑카드라는 것이 있다. 이 카드를 통해 군 복무 동안 월급을 받아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또 휴가를 나오면 버스나 지하철도 탄다. 군인들 입장에선 중요한 필수품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달 10년 동안 이 카드사업을 독점하던 신한은행이 탈락했다. 당초 신한은행은 기존 사업자였던 만큼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리한 상황이었다. 나라사랑카드를 위한 인프라 스트럭처 구축에 1000억원 이상 투자할 만큼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는 나라사랑카드사업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간 신한은행이 소홀했던, 할인 혜택과 역마진 우려에도 상품 출시를 감행한 국군희망준비적금 등에 귀가 솔깃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나라사랑카드는 은행 입장에서는 큰 수익을 내는 상품은 아니다. 다만 입대부터 전역, 예비군까지 10년가량을 충성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 소비자는 한번 거래은행을 지정하면 계속 이용하는 습성이 있다는 속성에 집중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100년간 맡고 있어 ‘철밥통’이라고 불렸던 서울시 금고은행도 독점이 깨질 위기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월 독점을 막기 위해 ‘서울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의 경우 연간 예산이 26조원이 넘는다. 지자체 중 최고 액수다. 이에 웬만한 대기업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은행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우리은행 입장에선 서울시 금고은행의 운영 방식이 바뀌면 같은 정보(IT)시스템을 사용하는 20여개 자치구의 금고은행도 바뀔 수 있어 위기감이 상당하다.

이처럼 올해는 은행들 사이에 고객 쟁탈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군대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까지 은행들의 입찰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진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경우는 지금부터 시작이란 말이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계좌이동제로 지난 20년 동안 무풍지대였던 국내 금융산업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주거래은행 통장으로 쓰이는 수시입출금식 계좌 점유율은 올해 3월 말 현재 국민은행이 23%로 1위다. 신한은행이 13.6%, 우리은행이 12.9%, 농협은행이 12.2% 순이다. 금리나 서비스가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독주 형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난 1일 계좌이동제 1단계인 자동이체 조회·변경 서비스가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자동이체 해지 건수가 1만건을 넘었다. 당연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이 39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아직 계좌이동제가 은행들의 경쟁을 촉진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은행을 가나 소비자의 구미를 끌어당길 만한 획기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기존 시장의 틀을 깨는 촉매제 역할을 기대할 수는 있다. 특색없는 은행은 결국 고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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