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배우 정윤희 “언젠가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지겠죠?”

입력 2015-06-19 11:31 수정 2015-06-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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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윤희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연극 ‘아리랑 랩소디’는 서울시의 ‘2015 찾아가는 유랑극단’ 선정 작품으로 일제 치하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묵묵하게 제 삶을 사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때아닌 ‘메르스’ 여파로 오는 8월 첫 공연에 나서는 ‘아리랑 랩소디’에 유독 한 여배우가 눈에 띈다.

배우 정윤희는 ‘아리랑 랩소디’의 연출을 맡은 배우 김경익의 추천으로 극에 합류했다. 그간 ‘국화면 좋으리’ 등 다수의 광고에 출연했고, 지난해 미스 인터콘티넨털 3위에 입상한 그녀였지만 연극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이투데이 빌딩에서 만난 정윤희는 연극 무대를 앞두고 떨리는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녀의 장점이었다.

“중국 상하이 인민문화축제 초청작 공연을 다녀와서 연극 ‘아리랑 랩소디’에 합류하게 됐어요. 매일 저녁 연습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첫 연극이라 부담도 되고 떨려요. 객석 규모가 500석 정도로 연극에서도 큰 무대에요. 국악, 군무, 차력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어요. TV 드라마나 CF는 편집이나 NG가 있지만, 연극 무대는 실수가 용납이 안 되잖아요. 장르가 달라서 그런지 더 떨려요.”

(사진=배우 정윤희)

연극 무대는 모든 배우의 이상향이다.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언제나 대중의 수요를 만족하게 한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정윤희의 행보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전 아직 부족해요. 물론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연습하면서 그들의 연기 열정을 보니 정말 연기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배우고 싶은 마음에 기회를 잡았어요. 무엇보다 관객과의 소통이 공연의 매력이죠. 중국 공연 때도 느낀 것이지만 저를 바라봐주는 관객의 모습을 볼 때 뿌듯해요.”

정윤희가 배우로 활동하기까지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좋아하는 아이돌을 쫓아 무작정 오디션을 본 그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쉼 없이 달려왔다. 한때는 국제중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수재 소리를 들었던 그녀였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배우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가족들은 ‘연기 잘하고 끼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걱정했어요. 그런데도 제가 찍은 CF가 방송할 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TV 앞으로 달려가 응원해줬어요. 처음엔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네가 그 정도로 해서 되겠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할 수 있어’라는 독기가 생겼어요.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부모님을 설득했고, 국제중 입학과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것도 연기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결국 ‘처참히 당해봐야 현실을 알 것’이란 우려 속에 서울로 오게 됐죠.”

(사진=배우 정윤희)

대학 졸업할 때쯤 송승헌, 윤상현, 송중기와 ‘아워홈 손수’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던 정윤희는 정작 제대로 된 연기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 점이 그녀의 열정을 더욱 불타게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을 즐기고 좋아해요. 해보고 안 되면 스스로 포기하겠지만 (연기를) 시작조차 못 해봤기 때문에 놓을 수 없는 거죠. 한 번은 가수를 하면 연기를 시켜주겠다는 기획사에 들어가 음반을 준비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음반이 안 나왔죠. 그래서 그 길로 연기학원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한 대학의 연극영화과 스터디 모임에 무작정 들어가서 대본과 캐릭터를 설정해 연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정윤희는 오로지 열정 하나로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과도한 춤 연습에 무릎에 물이 차서 다리를 못 움직일 때도 CF 촬영현장을 찾은 그녀였다. 아픈 내색을 하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혼자 깁스를 풀고 촬영을 마쳤다. 미인 대회 때도 화려한 액세서리로 치장한 참가자 사이에서 집에 있는 구두와 평소 착용하던 귀걸이, 팔찌만 들고 무작정 무대에 올랐다. 그야말로 '독종'이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해서 체력이 좋아요. 현재 공인 3단이에요.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성격상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죠. 그래서 늘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여러 번 생각하고 결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연기 연습 중간중간 승마와 검술을 배우고 있어요. 몸매 관리요? 인터넷에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과 비욘세, 리한나의 운동 영상이 올라와요. 하루 10분씩만 해도 땀이 많이 나요. (웃음)”

(사진=배우 정윤희)

정윤희는 희망하는 작품을 묻자 “일일드라마”라고 답했다. “할머니가 즐겨보세요”라는 것이 그녀가 밝힌 소박한 이유였다.

“처음부터 주ㆍ조연을 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에 합당한 연기력을 갖춰서 탄탄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드라마, 영화, 연극을 단계별로 배워가고 싶어요.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계속 노력해야죠.”

결국 “연기 잘하는 배우”가 목표라고 말한 정윤희에게 '배우로서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 행보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쉬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극은 매년 두 작품씩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면서 쉬는 시간 없이 연극 무대도 다 같이하고 싶어요. 전 쉬고 싶지 않아요. 연극이 끝나면 촬영에 들어가고, 촬영이 끝나면 연극 무대에 설 수 있는 제 모습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정윤희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정윤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신인답지 않은 여유가 느껴졌고, 부산 출신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서울말’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타고난 뚝심에 남다른 노력, 긍정적인 성격이 연기에 대한 열정과 맞아떨어지며 준비된 배우라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집이 확고해요. 물론 저도 포기하고 부산에 내려가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제 꿈을 위해 버텨야죠. 배우로 너무 늦지 않았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숨을 쉬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하며 살고 싶어요. 항상 긍정적인 것을 찾는 성격이어서 행복한 문구가 있으면 휴대전화나 다이어리에 써놓곤 해요. 제가 좋아하는 ‘토토로’ 포스터에 보면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진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언젠가 행복이 기적처럼 쏟아지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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