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제의 메르스 감염

입력 2015-06-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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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경제가 메르스에 감염되어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 불황을 겪고 있어 면역력이 약하다. 경제성장의 양축인 수출과 내수가 거의 실종단계다. 수출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출감소율은 10%가 넘는다. 중국에 발목이 잡힌 상태에서 일본 엔저의 공습을 받고 있어 속수무책이다. 내수는 디플레이션의 덫에 걸렸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째 0%대에 머물고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4분기 4.0%에서 올해 1분기 0%로 추락했다. 이런 상태에서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 곳곳에서 기업과 소비자활동이 제한되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경제가 숨이 막히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지난해 세월호 사태에 이어 타격을 주는 것이어서 설상가상의 파괴력을 갖는다. 지난해 1분기 우리 경제는 1.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4월 세월호 사태가 터지자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로 떨어졌다. 이후 우리 경제는 4분기 연속 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 사태가 터져 경제를 극도의 불안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피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차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산업이 관광산업이다. 한국을 찾는 방문객들이 급격히 줄고 있어 항공, 유통, 숙박 등의 산업이 곤두박질이다. 대통령의 4개국 방문으로 물고를 튼 제2의 중동붐도 힘을 잃고 있다. 건설, 플랜트, 의료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과 의료기관들의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각종 모임과 회의, 출장 등이 줄줄이 취소되어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얼어붙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일 뿐만 아니라 의료 선진국으로 알려진 한국이 전염병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다른 나라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투자유치와 상품수출이 불리해지고 한류, 패션, 의료관광 등 미래 수출산업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정부가 경제불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 금융당국은 4개월 후에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 부양 정책을 폈다. 그러나 이미 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이라 별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도 세월호 때와 같이 늑장 대응할 경우 경제는 붕괴의 수렁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런 견지에서 한국은행의 신속한 금리인하 조치는 적절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경제를 살린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는 돈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로 흐르지 않고 부동자금만 증가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이미 시중에는 8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떠돌고 있다. 더욱이 사상 초유의 저금리 현상이 나타나자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 경제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순작용보다 부작용이 클 가능성이 있다.

경제불안 심리를 씻는 데 금리인하보다는 추경편성이 효과적이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해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는 기업이나 근로자들을 지원하고 공공투자나 지출을 늘리면 경기를 직접 부양하는 효과를 가져와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추경편성도 만만치가 않다. 정부 부채가 500조원이 넘는 상태에서 연간 세수결손이 10조원에 달해 재정이 극히 부실하다. 자칫하면 연속적인 추경으로 인해 정부 자체가 부도 위험에 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시급한 것은 메르스 공포를 이겨내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과 근로자들이 움직여 경제가 정상을 되찾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부는 메르스의 추가 감염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막아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치료는 물론 피해자를 돕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제의 안정을 위해 금리인하와 추경편성 등의 정책은 서두르되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구조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마약 처방을 반복할 경우 경제는 아예 재활능력을 상실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오히려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발상 전환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과 국민들로 하여금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 진정 불안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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