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행동주의 투자자 활개...닛케이 랠리에 덩치·목소리 커져

입력 2015-06-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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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225지수가 15년 만에 2만선을 회복하는 등 일본 증시의 랠리와 함께 몸집을 키운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존재감이 일본에서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일본 증시에서 매매대금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 의욕이 높아지면서 최근 경영진에게 개혁을 강요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 사모펀드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롭이다. 그는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일본 공작 기계 및 로봇 제조업체인 파낙에 대해 지난 2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 환원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파낙은 롭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지난 4월 배당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2000년대에 행동주의 투자자의 활약이 두드러지다가 이내 수그러들었다. 당시 무라카미펀드와 스틸파트너스 등은 윤택한 자본 활용과 생산성 향상을 기업에 요구했으나 일본 기업 특유의 문화적 틀을 깨지 못하고 일본에서 발을 뺐다.

그러다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아베 정부가 일본 경제 재부흥 전략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시작, 이달부터 주주의 권리가 한층 강화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새로운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본 상장사들은 다음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반년 내에 최소 두 명의 사외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주주들의 권리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자사 임원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온 일본 기업들에겐 상당한 변화다. 일본 기업들은 회사 운영의 효율성이나 일본 기업 특유의 문화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사외이사 할당을 반대해왔다. 일본에서 사외이사 제도는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엔 그 사유를 당국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인 미국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시스(ISS)가 6월 주주 총회 시즌을 앞두고 2500여개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1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은 지난해 12월 72%에서 94% 이상 증가했다. 2명 이상 기업은 55%로 24%포인트 증가했다.

현재 일본 주식에 대해선, 기업 개혁과 임금 상승,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의 변화, 다른 시장에 비해 양호한 밸류에이션 등의 이유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행동주의 투자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는 1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나온 ‘AA형종류주식(Model AA Shares)’ 발행 계획이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반대로 무산될 뻔 했다.

도요타가 창사 이래 처음 발행하는 AA형종류주식은 개인 상대 전환사채로서 비상장이지만 의결권이 있고, 배당률은 발행한 해에 0.5%, 1년마다 0.5%포인트 상승, 5년 이후는 2.5%가 지급된다.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며 주가가 하락해도 발행 가격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주가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은 없지만 구입 가격이 보통주보다 20% 이상 비싼 점 때문에 해당 주식 발행에 반대했다. 또한 이들은 해당 주식이 원금 보장과 더불어 5년간 평균 연 1.5%의 배당 수익률도 얻을 수 있는데, 이런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채권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주식 투자로 쏠려 주주총회 결정을 좌우하는 권한을 쥐게 되는 점도 문제삼았다. 장기 보유자가 늘어나 단 년도 실적에 민감한 기존 주주가 줄어 경영 감시가 약화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 측의 호소와 향후 가능성을 지지하는 주주들에 힘입어 이 안건은 무사히 통과됐다.

한편 일본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으로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면서도 해외 행동주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국 기업들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경영 지침도 마련했다. 경제산업성은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대화가 가능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최저 한도를 8% 이상으로 설정해 기업들에게 수익성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자본 효율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합한 총 환원액은 2014년도에 12조8000억 엔으로 7년 만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5년도에는 14조6000억 엔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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