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방안보와 다우트 증후군

입력 2015-05-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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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고대 중국의 병서에 나오는 말로 ‘세상이 비록 평안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특히 이 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군 관련 소식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현직 공군참모총장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여러 의혹을 제기하였고 여론이 확산되자 국방부에서 감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다면 법에 의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잘못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잃어버린 공군의 명예와 땅에 떨어진 국민 신뢰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의혹을 제기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대부분 군을 성토하는 내용이다. 비리를 두둔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제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하여 성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혹 제기 방식에도 인간심리를 파고드는 감성적 요인들이 깔려 있다.

장군과 그 가족들이 사병에 대해 ‘갑질’을 하는 것으로 묘사하여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장군도 인간이고 사병도 인간인데 왜 차별하느냐는 평등의식을 깔고 의혹을 제기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는 합법적 계급사회다. 위계질서가 없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인간의 기본권은 평등하고 존중되어야 하지만 군대의 위계질서까지 평등권의 훼손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군의 본질을 외면한 주장이다.

이번에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각종 의혹은 10여 년 전의 일부터 다양한 내용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특정 비리의 고발이라기보다 특정 인물에 대한 의도적 비난공세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평생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군 장성들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여론몰이로 성토하고 그 여론에 밀려 불명예스럽게 사퇴시키는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인가?

군뿐만 아니라 사회 어떤 조직도 비리가 있으면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사회정의에 입각해 고발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사회정의와 나라사랑 정신이 깔려 있어야 한다.

지금도 공군은 북한의 각종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임무 수행에 매진하고 있고, 특히 조종사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훈련을 하고 비상대기실에서 긴장상태로 근무하고 있다. 국방안보는 군의 단결과 사기, 그리고 민과 군의 신뢰를 기반으로 할 때 가장 막강해진다. 그래서 군의 단결과 사기를 떨어뜨리고 민과 군의 신뢰를 이반시키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다우트(Doubt)’라는 연극을 봤다. 한 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의심이 의심을 낳는 인간심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신뢰가 무너진 현대사회를 절묘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천안함 폭침사건이나 광우병 실체에 대한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심리가 바로 다우트증후군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일단 의혹이 제기되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못하는 ‘다우트증후군’이 만연되고 있다. ‘다우트 국가’에서 ‘신뢰 국가’로 변화해야 국민이 행복할 수 있다.

특히 국방안보 분야에서 다우트증후군이 만연되어 국가안보를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은 반드시 피해 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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