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하나의 유럽’] ①세계 평화의 상징 EU, ‘브렉시트’로 균열 이나

입력 2015-05-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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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여당인 보수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획득하며 압승을 거뒀지만 산넘어 산이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EU와 협약 개정 협상을 벌인 뒤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영국이 쉽게 EU를 떠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이지만 만일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그 파급은 만만치 않다. 다른 나라의 EU 이탈은 물론 유로존의 문제아인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이탈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화약고였다. 민족과 영토를 기본으로 하는 국가 단위들이 끊임없는 침략과 약탈, 지배와 복종의 역사를 반복했다.

그런 의미에서 EU의 탄생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실험이었다고 얀 지엘론카 유럽대학연구소 공동회장은 저서 ‘유럽연합의 종말’에서 지적했다.

1952년 쉬망 계획으로 알려진 석탄과 강철을 통합하는 기구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출범하고, 1957년에는 보다 더 광범위한 경제 협력을 위해 유럽경제공동체(EEC), 즉 유럽공동시장이 창설돼 성공을 거뒀다. 그 뒤 EEC는 유럽공동체(EC)로 발전했고, 1991년에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합의돼 통화의 단일화, 공동 방위 및 공동 외교 정책 추구 등 보다 더 긴밀한 경제적 · 정치적 연합체인 EU로 발전했다.

그 사이 EU 국가들 간에 전쟁 없이 수십 년이 지났다. 역사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전쟁없는 유럽이 자리 잡은 셈이다. 오죽하면 유례없는 평화의 공을 인정받아 2012년 EU는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EU라는 거대한 실험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리스발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EU는 긴축과 갈등의 상징이 됐다고 지엘론카 회장은 꼬집었다. EU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사회적·정치적 파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많은 유럽인들이 EU에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해체론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

지엘론카 회장은 유럽이 EU의 감독 아래 통합은커녕 종말을 맞을 수 밖에 없다고 비관했다. EU가 살아남기는 하겠으나 주요 법적 권한들과 정치적 중요도를 내주고 지금보다 단촐한 형태로 겨우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EU의 균열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부친 것이 영국이다. 이달 초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영국 국민들의 52%가 EU 잔류를 바라는 반면 32%는 탈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공약으로 또 다른 도전을 맞고 있다. 이는 애초 EU로부터 일부 권한을 돌려받고 EU의 추가적인 통합 움직임을 막는 방향으로 EU 협약 개정에 방점을 둔 카드였다. 하지만 EU 측이 협약 개정에 완강히 반대하는 탓에 영국의 운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독일 베텔스만 재단과 민간경제연구소 Ifo는 영국이 EU에서 이탈하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14%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영국이 EU 회원국 지위를 포기하면 경제적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그동안 관세 없이 거래하던 EU 국가들과 무역, 통상 규정을 재협상해야 한다.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국을 거점으로 삼았던 해외 자본들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영국이 EU를 이탈하면 영국은 물론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웨덴, 몰타, 키프로스 등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영국의 EU 지원 금액만큼 다른 회원국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유럽국가들도 달가워할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의 EU 탈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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