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잃은 다큐멘터리, 한류의 대안? [오예린의 어퍼컷]

입력 2015-05-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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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

“자극적인 예능과 드라마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큐멘터리가 홀대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존재 자체로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아젠다를 형성하고, 변화의 기회를 만드는 것이 다큐멘터리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는 ‘2015 휴먼다큐 사랑’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진만 CP는 ‘휴먼다큐 사랑’이 10년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면서도 한편 시간이 흐를수록 예능과 드라마에 밀려 홀대받는 다큐멘터리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예능이나 드라마에 비해 다큐멘터리는 재미가 없고 딱딱하다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다큐멘터리 PD들은 부단히 노력 해왔다. 그 결과 다큐멘터리가 재미있게 만들어지고 있고 시청자들의 관심 또한 받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큐의 촬영 기법과 비슷한 관찰예능이라는 새로운 예능 형식이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그 기세가 꺾였다.

다큐멘터리는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이 낮게 나오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시장 논리로 성공의 잣대를 가를 수 없는 장르다. 다큐멘터리의 공영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의 현주소는 시청자의 관심도 끌어야 한다. 이에 다큐멘터리에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을 영입해 내레이션을 하거나 그들의 삶을 다루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사실이 가지는 힘은 강력하기에 다큐멘터리는 사실 기록을 바탕으로 사회적 아젠다를 던지며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대중은 다큐멘터리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진실을 추구하지만 진실보다도 판타지적인 스토리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더 선호한다. 대중의 관심도 저하 또한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의 힘을 빼는데 한몫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본전시에 참여한 한국의 임흥순 작가(오른쪽)가 국내 작가로는 처음으로 은사자상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와 임 작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정작 우리 시청자가 다큐멘터리를 외면하는 순간 해외에서는 우리 다큐멘터리를 눈여겨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시상식에서 영화감독이자 미술작가인 임흥순이 아시아 여성의 노동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Factory Complex)’으로 전 세계 53개국 136명이 참여한 국제전 부문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은 “아시아 여성들의 노동조건과 관계된 불안정성의 본질을 섬세하게 살펴보는 영상작품”이라며 “가볍게 매개된 다큐멘터리의 형태로 그의 인물들과 그들의 근로 조건을 직접적으로 대면한다”고 시상 이유를 설명했다. 임흥순은 수상 후 예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작품을 통해 현실을 설명한다기보다 현실을 얘기해주면서 일종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다큐멘터리의 힘이자 사회적 역할이다.

해외에서 바라본 한국의 다큐멘터리는 한국 특유의 친밀함으로 인해 삶을 속속들이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밀도있는 장르로 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드라마와 예능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는 다큐멘터리 일지 모른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격차 없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재가 많기에 더 큰 한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장르다. 우리가 외면하고 홀대한 다큐멘터리가 해외에서는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우리 다큐멘터리의 문화가치성을 보고 공익적인 측면의 투자와 더불어 대중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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