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관료·의원·도지사·총리… 돌아온 여의도, 더 가시밭길

입력 2015-04-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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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반전’ 이완구 정치인생, 막 내리나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사퇴를 결정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끝내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정치 인생은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흔히 말해 잘나간다 싶을 때면 시련이 찾아왔다. ‘돈’ 문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대선 직전에도 이른바 ‘2억원 이적료’ 논란을 일으켰지만, 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을 거듭했던 이 전 총리의 정치 인생도 이번에는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권 2인자’인 국무총리 자리에서 선포한 ‘부패와의 전쟁’에 자신이 걸려들었고, 국민은 크게 분노했다. 의혹이 생길 때마다 반복했던 거짓말은 그의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 눈물의 정치사= 이완구 전 총리는 경제기획원 등에서 관료생활을 하고, 충북경찰청장과 충남경찰청장을 지냈다.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건 1995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충남 청양·홍성에 출마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자유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첫 시련은 대선이 있던 2002년이다. 한나라당(옛 신한국당)에 재입당하는 과정에서 ‘2억원 이적료’ 논란이 불거졌다. 당적을 옮기면서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2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추후 무죄 확정판결(2007년)을 받았지만, 당시 논란이 커지면서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 전 총리는 2004년부터 2006년 2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로스앤젤레스(UCLA)대학에서 교환교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그해 다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충남도지사에 당선되며 정계에 복귀했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두 번째 시련이 온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자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지사직을 던졌다.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발성골수종이라는 혈액암으로 투병생활까지 시작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또 다른 기회였다. 당시 세종시 수정안 반대에 뜻을 함께 한 박근혜 대통령과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 국회 재입성 즉시 권력의 중심으로 순간이동= 이완구 전 총리는 2013년 4월 24일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에서 또 한 번 부활하며 화려하게 국회로 돌아왔다. 이어 친박계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년 만에 경선도 거치지 않은 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추대됐고, 지난 1월 국무총리에 내정되면서 충청권 출신의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세 번째 시련은 총리로 지명된 직후였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내며 오랜 생활 정치를 해 온 탓에 순탄한 인사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틀어졌다. 위장전입과 아들의 병역 회피 의혹, 전관예우 논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하루에 한 가지씩 의혹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충청지역 주민들은 그를 응원했고, 야당의 임명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청 여론을 등에 업은 그는 임명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총리가 된 뒤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부패와의 전쟁’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 70일간의 총리, 정치적 사망 선고= 네 번째 시련은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9일 자살하며 남긴 한 장의 메모지에서 시작됐다. 돈을 건넨 정치인 목록이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다. 여기에 이 전 총리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의혹에 대해 “어떠한 증거라도 만약 이완구가 망인(성완종)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증언들이 잇달아 나왔다. 특히 이 전 총리는 해명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만난 정황은 물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을 회유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그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적극 방어에 나섰던 새누리당마저 등을 돌렸다. 이 전 총리는 끝내 버티지 못하고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고, 일주일 뒤인 27일 재임 70일 만에 사표가 수리되면서 대망론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 이완구, 20대 국회에서도 얼굴 보일까= 이완구 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났을 뿐 아직까지 국회의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19대 국회가 들어선 이래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의 핵심 주체인 이 전 총리가 내년 총선 공천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이완구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전 총리 주변에선 벌써부터 내년 총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정치권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이 전 총리가 정치를 그만두기엔 그동안의 세월이 너무 아깝고, 너무도 안타깝다”면서 “향후 ‘무죄’가 입증된다면 정치를 계속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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