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성사는 왜 영화계 랜드마크가 될 수 없나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5-04-27 11:12 수정 2015-04-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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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사(뉴시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가리왕산의 500년 된 원시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에 전 국민이 개탄했다. 공사비와 복원비용만 무려 2000억원에 달한다. 이 엄청난 자연 훼손은 올림픽 기간 중 이용될 활강 스키장을 만들려는데서 비롯됐다. 단, 3일간 사용을 위해서 500년이 사라졌다.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목소리가 희생되는 경우는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공공연히 묵인되지만 자연이나 문화유산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 상업성이나 효용성 같은 실용적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영화관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 단성사의 사례가 아쉬움을 자아낸다. 국내 대표 영화들이 개봉됐던 우리나라 1호 영화관인 단성사는 지난달 중순 575억원에 낙찰됐다. 해당 기업은 단성사를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해 사용할 예정이다.

휘황찬란한 멀티플렉스가 활개 치는 현 상황에서 단성사의 기능은 이미 효용 가치가 없었다. 그럼에도 단성사의 존재 의미는 확실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이 낡은 건물은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었다. 인기 영화가 상영하는 날이면 3~4시간 전부터 표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섰던 그 때 그 시절, 국내 최초의 극영화인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과 최초 100만 관객 시대를 연 ‘서편제’까지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단성사에서 관객과 소통했다.

1907년 문을 연 단성사는 10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강산이 10번도 더 변한 이 세월동안 단성사는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유산이 됐다. 자금을 십시일반 모아 영화관을 세운 종로ㆍ동대문 일대 상인들의 바람, 수업이 끝나면 단성사로 달려갔던 수많은 대학생들의 설렘, 표를 구하지 못해 암표상과 실랑이하던 관객들의 안타까움까지... 그 당시 단성사에서 영화를 보고 인근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친목을 다지는 것이 문화코드였다.

10층짜리 이 건물을 무작정 방치하는 것은 방도가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관으로서 100년이 넘게 간직한 추억을 문화유산으로 활용하는 대안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영화계는 최근 ‘K-MOVIE’의 역량을 보여주며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한 해 관객 수는 2억명을 돌파했고, 한 작품에 1700만명이 입장하는 영화 시장을 가지고 있다. 할리우드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빠르게 산업화ㆍ세계화에 성공했다. 영화가 단순한 예술의 장르가 아닌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정착한 상황에서 단성사의 문화적 가치 부여는 산업적으로 또 다른 긍정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할리우드 왁스 박물관(Hollywood Wax Museum)은 1966년 개장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은 개장 첫해인 2001년 흑자전환을 달성, 침체 분위기였던 오사카 관광 산업의 부흥을 꾀했다. 단성사를 사무 공간이나 상점으로 변모시키려는 상업적 측면의 노력은 단기간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순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1호 영화관으로서의 가치와 미래 영화 산업을 선도할 고민이 곁들여 진다면 경제적 효과를 넘어선 미래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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