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건망증

입력 2015-03-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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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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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자네! 지금 밥은 안 먹고 어디를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가?” 대학 다닐 때 얘기입니다. 어느 날 저에게 점심을 사겠다는 하숙집 룸메이트가 맛있는 김치찌개를 앞에 두고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눈과 신경은 식당 입구의 우산 보관통에 가 있어서 제가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그 이유를 들어보니 이해도 가고 또 웃음이 나더군요. 젊은 나이지만 건망증이 엄청 심해서 비 오는 날 집에서 우산을 들고 나오지만, 밤에 비가 그친 뒤에 돌아올 때면 항상 잃어버리곤 했답니다. 이렇게 상습적인 ‘우산 분실증’을 걱정하는 이 친구는 그날 빌려온 저 우산만은 꼭 챙겨 가겠다는 생각에 밥보다 우산에 더 신경을 쏟았던 것이었습니다.

밥을 다먹고 먼저 식당을 나온 친구는 우산을 들어보이며 이번에는 잊지 않고 챙겼다며 좋아했습니다. 우산을 휘휘 돌리며 저랑 학교 쪽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저희를 부르시더군요. “이봐 학생! 밥값은 주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떡해?” 오랜만에 점심을 산다는 그 친구는 우산만 챙겼지 정작 내야 할 점심값을 잊고 나온 것이었습니다. 우린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약속이라도 한 듯 크게 웃었습니다. 친구의 건망증이 우산에서 점심값으로 옮겨간 것이었습니다.

나이 쉰을 두 해 남기고 있는 저도 이 친구처럼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 때는 목에 걸고 있으면서도 회사 사원증을 사무실 책상이나 서랍을 장시간 뒤져 찾지를 않나, 회의 중에 앞에 앉은 동료 직원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건망증에 더해서 밥먹다 국물을 흘리기도 하고, 눈도 시원치 않아 바로 앞의 글씨는 안경을 벗어야 보이고, 가끔 따끔거리고 눈물이 자주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무엇을 잘 잊어버리는 것과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사소한 것과 남의 허물을 생각하지 말고 보지 말라는 의미랍니다. 대신에 큰 것과 남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뜻이라네요. 어느 선배님이 저에게 위로 삼아 하는 말씀에 깊은 공감이 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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