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빅판, 아름다운 패자부활전

입력 2015-02-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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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뭔가요?

어두운 골목에서 소주병을 들고 세월의 무상함과 세상의 무관심에 한탄하는 모습인가요?

우리는 당당하게 거리에서 자립을 외치기로 결심한 홈리스입니다.

“나는 홈리스다!” 이렇게 외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독자 여러분과 똑같은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스스로 홈리스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결단이랍니다.

그럼에도 이런 용기 있는 결단을 한 사람들, 그들은 빅이슈 판매원입니다.

“빅이슈입니다, 빅이슈 신간이 나왔습니다!”

서울의 지하철 역 입구. 추위 속에 목청 높여 ‘빅이슈’를 외치는 중년의 남성들이 있다. 바로 대중문화잡지 빅이슈 판매원(빅판)들로 이들은 한때 노숙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임진희 빅판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매대를 꾸려놓고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박현수 빅판이 서울 숭실대입구역 인근에서 빅이슈를 든채 미소짓고 있다.

“10원짜리까지 털어서 사주는 학생이 있어요. 정말 기억에 남아요. 내 집을 가져보겠다는 꿈 때문에 계속해서 열심히 하게 됩니다. 집을 갖는다는 건 힘든 생활 끝,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니까요.”

-숭실대입구역 3번출구 박현수 빅판

▲이기성 빅판이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빅이슈를 든채 미소짓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오는 거 자체로 감동받고 속으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제가 한글을 몰라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글을 배워서 독자들한테 편지도 쓰고 싶어요.”

-구로디지털단지 3번출구 이기성 빅판

▲안광수 빅판이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빅이슈를 든채 미소짓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재취업의 길로 가고 싶어요. 그런 후 홈리스 분들을 살리고 싶습니다.”

-을지로입구역 6번출구 안광수 빅판

▲임진희 빅판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빅이슈를 든채 미소짓고 있다.
“전철만 있으면 열두 시까지도 빅이슈 판매를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응원 많이 해주세요.”

-강남역 10번 출구 임진희 빅판

지난 1991년 영국에서 창간돼 2010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빅이슈는 홈리스에게만 판매권을 주는 잡지다. 권당 50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이 중 2500원이 빅판에게 돌아간다.

빅판들은 단순히 권당 2500원의 수익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6개월 이상 성실하게 판매원 역할을 수행하고, 저축도 하면 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꾸는 빅판들은 판매 활동을 하는 중 절대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지 않는다. 또 하루 수익의 50%는 반드시 저축한다 등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보낸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로 거리 일터에서 일하는 빅판은 2015년 2월 현재 60명이다. 지금까지 빅이슈를 판매해 임대주택을 얻어 나간 판매원은 32명. 사업이나 취업 등으로 나간 판매원도 20명으로 그들에게 일은 곧 희망이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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