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새 24년을 설계하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1-0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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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사에서 양띠해는 축복이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은 중국을 무너트리고 정상에 올랐고, FIFA U-20 월드컵에서는 역시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해 8강에 올랐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 화합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사진)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의 발판이 됐다. (뉴시스)

24년 전 일본 지바의 기억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남북 탁구 단일팀이 세계 최강 중국을 무너트리고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가슴 뭉클한 기억이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의 일본컨벤션센터(현 마쿠하리 멧세)는 코리아란 이름 앞에 하나가 됐다. 태극기와 인공기 대신 한반도기를 내걸었고,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열창했다. 관중석에선 ‘KOREA IS ONE’이라는 응원 문구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분명 기적이었다. 하나가 된 코리아는 ‘1+1=2’가 아닌 11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영원히 넘지 못할 것 같았던 만리장성을 허문 순간 마쿠하리 멧세는 승리의 함성에 기쁨의 눈물이 더해졌다.

24년 전 양띠해(신미년ㆍ辛未年)는 한국 체육계에 큰 축복이었다. 남북 단일팀의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 기쁨이 가시기도 전 이번에는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이 남북 단일팀을 구성, 국제축구연맹(FIFA) U-20 포르투갈 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값진 성과를 남겼다.

남북이 하나가 된 코리아는 스포츠를 통한 일류 평화 공헌이라는 이상적인 사례를 남기며 전 세계인에 진한 감동을 안겼다. 바로 그것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의 밑거름이었다.

그리고 24년이 훌쩍 지나 2015년 양띠해(을미년ㆍ乙未年)를 맞이했다. 한국 체육계는 지난 24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심각한 성장통은 피할 수 없었다. 2012 런던올림픽 종합순위 5위(금 13개ㆍ은 8개ㆍ동 7개),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5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하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했다.

2002년 한ㆍ일 FIFA 월드컵과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3년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대 스포츠 빅 이벤트를 전부 개최한 6번째 나라가 된다. 외형만으론 전 세계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한국 체육계 이면에 드리운 어둠은 성장통으로 해석하기엔 너무나도 혹독한 고통을 수반했다. 대중화 없는 엘리트스포츠는 일부 스타 선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빈약한 구조를 야기했고, 승부조작과 편파판정, 파벌주의, (성)폭력, 조직 사유화 등 온갖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그러는 사이 80~9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일부 종목은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남북 체육교류도 시들해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불발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외형적 성장에만 집착하며 내적 안정과 인프라 구축에 소홀했던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다.

다행히 역사는 우리에게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는 24년 동안 겪은 성장통을 거울삼아 다시 한 번 도약할 기회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 기억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한국 스포츠 새로운 24년을 희망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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