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안홍철 KIC 사장이 고백한 메릴린치 2조원 부실 투자 전말은?

입력 2014-11-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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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공사(KIC)가 2008년 1월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정부가 위탁한 외국환평형기금 20억달러, 우리돈 2조원을 부실투자한 사건에 대해 안홍철 당시 KIC 감사이자 현 사장이 입을 열었다. 사건이 발생한 후 6년여가 지난 올 10월에도 정치권이 새로운 의혹을 무더기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고백은 메릴린치 투자가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안 사장은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메릴린치 부실투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당시 구체적 상황을 회고했다. 우선 안 사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IC는 2007년 12월 중순부터 메릴린치 본사와 투자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2008년 1월 7일 메릴린치로부터 공식 투자 요청을 제안 받고 그후 1주일 뒤인 14일에는 KIC 운영위원회가 관련 내용을 심의·의결했다. 그뒤 하루 만인 15일에는 메릴린치에 20억달러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위기론이 제기될 시기에 신중을 기해도 모자랄 대규모 국고금 투자가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이다. 더군다나 메릴린치 투자로 인한 성적도 형편없다. 2008년 투자 첫해 -10억2000만달러로 누적수익률은 -50.9%로 반토막났으며 2011년에는 -15억4000만달러(-76.77%)까지 떨어졌다. 올 10월말 기준으로도 -7억2000만달러(누적 수익률 -35.82%)로 집계,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무료 자문 왜 = 안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KIC의 투자 움직임이 있다는 사실을 2007년 12월 20일쯤 골드만삭스에 재직중인 친구와의 저녁 자리에서 알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골드만삭스는 메릴린치 투자에 대한 KIC의 자문사였다. 안 사장은 “골드만삭스가 자문한답시고 메릴린치가 장부가에 비해 투자할 만한다고 했는데 장부가는 청산할 때 쓰는 말이다”며 “KIC는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관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골드만삭스가 자문사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골드만삭스가 무료로 자문을 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그러나 ‘월스트리트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고 석연치 않은 점을 꼬집었다.

안 사장은 또 투자기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메릴린치 투자에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당시 대공항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 등 투자시점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을 전달했다”며 “또한 가격이 떨어져 똥값이 될텐데 잡으면 손을 베게 되는 ‘떨어지는 칼’인 메린린치에 현 시점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 KIC 운영위 반대 분위기 있었는데... = 안 사장은 KIC의 중장기 투자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당시 조인강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심의관의 15분 설득 후 입장이 돌변한 것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운영위원들이 메릴린치 투자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지만 기재부 국장이 투자를 하자고 하니까 아주 쉽게 빨리 처리됐다”며 “돈을 위탁하는 기관인 기재부가 투자를 하자고 하니까 운영위원들이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짐작한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재부 등 행정기관이 KIC 운영위에 위원을 참여시키는 것 외에 투자 등을 지시·감독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는 또 “우리 사회 제일 문제가 위원회 제도다”며 “위원 개인들은 반대를 하면서 위원회 가면 반대를 안한다”고 토로했다. 당시 운영위가 ‘거수기’ 역할에 그친 것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 메릴린치 투자해 선진 노하우 배울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 = 안 사장은 당시 경영진이 제시한 메릴린치 투자 근거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안 사장은 “다른 데서 이미 메릴린치에 투자가 들어감에 따라 나중에 하면 껴주지 않는다, 메릴린치에 투자하면 선진 투자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등을 경영진이 투자의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자산운용사라면 몰라도 투자은행에서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투자은행서는 거래 정도만 가져올 수 있을 뿐이다” 고 설명했다.

그는 임기 중간에 KIC 감사를 그만 두게 게 된 경위가 메릴린치 투자에 반대했던 것을 주요인으로 지목했다. 안 사장은 “메릴린치 투자에 우호적으로 여론에서 나오자 투자를 반대한 제가 이상한 사람이 돼 원래 임기만료가 2008년 8월인데 석달 전인 5월에 퇴직하게 됐다”며 “KIC를 떠나기 전 감사로서 특별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는데 당시 메릴린치 주식이 2달러 밖에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검사를 진행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안 사장의 노력으로 30억달러 투자가 그나마 20억달러로 축소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KIC 메릴린치 투자가 이명박 정권 차원의 조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당시 정부에서 누가 추진을 주도했냐라는 질문에는 “저를 정보에서 소외시켜 모르겠다”며 “반대하는 KIC 직원 등을 통해 전해 듣는 상황이었다”고 답했다. 즉 감사임에도 충분히 정보를 제공 받지 못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아울러 KIC 메릴린치 부실투자 사건의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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