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손톱이 존재하는 방식

입력 2014-11-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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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철 한국씨티은행 커뮤니케이션부 과장

손가락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몇 번이나 관찰해보았지만 똑같은 길이로 자르고 난 뒤에도 일주일쯤 지나면 어떤 손톱은 다시 잘라야 할 만큼 길게 자라나 있는 반면, 어떤 손톱은 그렇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엄지와 네 번째 손가락의 손톱이 유독 빨리 자라나는 편인데, 그래서 목요일쯤 되면 손톱깎이를 꺼내 손톱을 다시 한 번 잘라준다.

더욱 이상한 것은 왼손과 오른손도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왼손이 오른손보다 좀더 빨리 자라는 편인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른손잡이라 그런 걸까.

그렇다면 왼손잡이는 오른손의 손톱이 더 빨리 자라는 걸까. 같은 인간의 신체에서 이렇게 신진대사의 속도랄까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게 도무지 어떤 이점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손톱이 자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보아도 손톱은 그닥 쓸모가 없다. 기타를 칠 때 피크가 없이도 칠 수 있다는 장점을 빼면 어떤 실용성도 없다.

흔히들 인체에 필요 없는 기관으로 맹장이나 사랑니 따위를 들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손톱도 만만치가 않다. 손톱 같은 건 일찌감치 진화의 과정에서 포기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 이유에선지 그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살아남았고 지금도 일주일마다(혹은 4일마다) 관리하지 않으면 비 온 뒤의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난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손톱에게 공정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손톱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없으므로 자신의 처지를 대변할 수 없다. 절박한 이유가 있다고 한들 그것을 나에게 혹은 그것을 알아줄 만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건 남자로서의 나의 편견에 불과할 뿐 여자들은 손톱이 자란다는 사실에 아주 감사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손톱이 없다면 매니큐어도 바를 수 없고 페디큐어도 할 수가 없다. 그런 것을 해야 하는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모든 사물에는 양면이 있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한 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다른 면을 이해하기는커녕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망각한 채 살아간다.

그래도 가끔 손톱을 쳐다보면서 그것을 상기시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손톱이 존재하는 방식에는 그런 종류의 가르침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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