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ㆍ유민 아빠 친필 편지 내용에 시민들 가슴 '뭉클'

입력 2014-08-17 22:42 수정 2014-08-1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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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교황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출처=YTN 방송화면 캡처)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건넨 편지 내용이 시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가던 도중, 세월호 유족 400여명이 모인 곳에 이르자 차에서 내려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 있던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친필로 쓴 편지를 전달했다. 김영오씨는 세월호 참사로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이었다.

김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쓴 편지에서 "당신께선 가난하고 미약하고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을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할 일이라고 하셨다. 세월호 유가족은 가장 가난하고 보잘 것 없으니 도와주시고 보살펴 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도와주시라"고 간청했다.

유민이 아빠의 편지를 읽은 시민들은 "자식 가진 부모로서 이해간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기간 동안 위로받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이렇게 파급이 큰 줄 몰랐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만으로 사람들이 상처입은 영혼에 치유를 받나보다" "교황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주옥 같은 말씀도 감동" "교황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다들 감동 받은 듯" "교황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 상대방에게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진짜 명언입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김영오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에 직접 쓴 편지 전문이다.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사랑하는 유민이는 나를 꼭 안고 곁에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뒤에서 안고 아빠 아빠를 부르고 잘 때 팔베개 해주던 딸, 가난한 아빠가 용돈 줘야한다는 부담 느낄까봐 수학여행 간다고 알리지도 않은 딸입니다. 당연히 구조되어야 하는데 아무 구조를 하지 않았고 유민이가 뒤집힌 뱃속에 갇혀 죽어가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왜 내 딸이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독립된 조사위원회에 강력한 조사권한인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이 있어서인지 정부, 여당은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을 음해, 방해했습니다. 우리의 간절함,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딸의 죽음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지 못하면 사는 게 의미 없습니다.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우리의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이 자리를 결코 떠나지 않겠습니다.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 넘게 단식 중입니다. 교황께서도 우리를 살펴주시는데, 국민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국민인 제게 오지도, 쳐다보지도 듣지도 않고 있습니다.

제가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은 유민이가 제 가슴 속에서 아직까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그래서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는 것이 교황이 해야 할 일이라고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셨죠. 저희 유가족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저희를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시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유민 아빠 김영오 드림"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오후 4시 반부터 아시아 청년 6000여 명이 모인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상대방에게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는 없다"면서 "다른이들과 공감하는 게 모든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렵고 힘든 사회에서도 용기를 갖고, 기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성덕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기쁨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을, 또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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