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家, 아시아나항공 주총장에서 '충돌'

입력 2014-03-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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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가 형제의 해묵은 갈등이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재차 표출됐다.

2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의 제26기 정기주주총회장은 총회 시작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금호석유화학측이 "주총에 참석해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하고,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CP의 출자전환·총수익맞교환(TRS) 방식의 매각 등 일련의 과정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배임행위임을 경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분율 12.6%로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다.

예고대로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법무법인 화우 관계자로 구성된 대리인 3명을 주총에 참석시켰다.

갈등은 초반부터 불거졌다. 이날 주총 의장 역할을 끝으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윤영두 대표가 출석주주·주식수에 대한 보고를 마치자마자 금호석유화학 대리인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향후 법률적 절차를 위해)주총 장면 녹음·녹화를 명확히 하고, 의사록에 모든 사항을 상세히 기록해달라"고 말문을 뗀 이 대리인은 "발행주식 총수는 주총의 효력을 좌우하는 문제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상호주에 해당돼 상법상 의결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주들 사이에서 "당신 주주 맞아?"라는 고성이 터지며 분위기가 험악해질 조짐을 보이자 의장을 맡은 윤영두 대표이사는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의안 심의 전에 질문을 받지 않겠다. 또 안건과 무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에는 발언 기회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표이사는 이어 "금호산업 지분 매각은 채권단과 협의하에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금호산업이 당사 의결권에 아무런 지장 없다는 법률적 검토를 이미 마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측 대리인은 하지만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안을 의결할 때마다 금호산업의 주총 의결권 행사와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주총장에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금호석유화학측 관계자는 폐회 선언 직전에도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안 통과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2대 주주인 저희가 반대의사 표시했는데 (의장이) 어떤 근거로 과반이 찬성했다며 가결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측은 주총이 끝난 뒤 "2대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주총에 참석했다"며 "이번 주총에 절차상 하자가 큰 만큼 금명간 서울남부지원에 주총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측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지분 매각 거래는 채권단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이고,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선임은 채권단 결정에 따라 책임경영을 이행하는 차원"이라며 "박 회장이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대표이사를 맡은 만큼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어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 초 채권단과 체결한 합의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매각을 합의한 바 있으나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정상적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등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호그룹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삼구,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의 형제간 갈등으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으로 쪼개진 이후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고발, 계열분리, 상표권을 둘러싼 소송으로 첨예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동생 박찬구 회장 측이 형 박삼구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문건을 빼돌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일정을 빼내게 한 혐의로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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