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기업가치 떨어뜨리는 ‘ESG 늦대응’

입력 2023-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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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전 대신지배구조연구소장

필자가 2년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순위와 지표가 있다. 아시아 기업지배구조협회(ACGA)에서 발표하는 한국의 아시아 내 지배구조 순위다. 한국은 세계 GDP 10~12위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경제 규모 면에서는 엄연히 G20 선진국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배구조 순위는 과연 아시아에서 몇 번째나 될까? 왠지 호주 홍콩 싱가포르는 우리보다 높을 것 같다. 일본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럼 5위? 설마 대만보다 낮은 6위?

안타깝게도 수년간 만년 9위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순위이고, 10위인 중국보다 한 단계, 11위 필리핀보다 고작 2단계 높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저평가받아

그러면 왜 이런 순위를 받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시아 ACGA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들을 함께 발표한다. 원인은 내부고발과 윤리강령, ESG 이슈 대응, ESG 중대성 관리, 이해관계자 소통, 이사회 매트릭스 관리, 이사진 교육 등이다. 한마디로, 회사의 ‘ESG와 거버넌스’가 이슈라는 따끔한 일침이다. 그러면 그 영향은? 기업가치 저하,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장부가치에 비해 시장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장부가치상 100원인데, 기업가치나 상장된 시장가치는 그 이하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자본시장연구원은 “시장가치와 장부가치 괴리의 상당부분은 ESG 요소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는 “ESG 정보 공시의 목표는 기업가치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있다”며 이러한 논의에 박차를 가한다. ‘ESG 정보비대칭(경영 불투명성) 지배구조 순위 저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인과관계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문자 그대로 기업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자본시장의 시가총액이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 비율을 PBR(Price Book Ratio)이라고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판단하는 척도로 흔히 토빈Q 지표와 더불어 많이 쓰고 있다. 회사의 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성이 크므로, 자본이나 자산의 장부가치로 판단하는 것이다. 100원짜리 자본을 가진 회사가 기업의 성장성이나 시장의 신뢰에 따라 100원보다 더 높게 거래되기도, 낮게 거래되기도 하는데, 쉽게 생각하면 더 비싸거나 싼 정도를 의미한다. 좋은 회사는 주가가 비싸더라도 그만큼의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럼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실을 확인해 보자. 한국거래소 발표에 의하면 2022년 결산 기준, 선진국 23개국의 PBR은 평균 2.9로, 장부가치 약 3배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신흥국 24개국의 PBR은 1.6, 한국 코스피 200기업들의 평균 PBR은 0.9다. 신흥국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고, 한국은 신흥국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규모와 수준에 비하면 안타까운 수치다.

거버넌스 개선 등 적극 대응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는 건, 한국시장에 상장된 우리 회사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높으면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다.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는 것이므로 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본조달을 할 수 있다. 브랜드 가치 제고와 더불어 재무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의 탄탄하고 실질적인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 회사가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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