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사회적경제’ 인식 바꿀 때 됐다

입력 2023-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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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목원대 금융경제학과

EU선 사회안전판 역할 ‘톡톡’

한국선 좀비기업 양산 오해도

지속가능발전 위해 제도 보완을

2023년 4월 18일 유엔은 “Promoting 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for 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이름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에는 2022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사회연대경제(the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를 포함해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달성과 지역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회원국들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첫째 회원국들에 사회연대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특정한 법적틀을 마련하는 것을 포함해 국가통계 작성에 사회연대경제의 기여 포함, 재정 및 공공조달 인센티브 제공 등을 위한 국가적·지역적 프로그램, 계획,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 둘째 유엔 기관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연대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하나의 수단으로 삼도록 협력할 것, 셋째 국제·지역 금융기관과 은행들이 기존 혹은 새 금융상품 등을 통해 사회연대경제를 지원하도록 장려하며, 넷째 ‘지속가능발전과, 포용적이고 일자리가 풍부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복구를 위한 2030 의제’(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and an inclusive, job-rich, resilient and sustainable recovery) 달성에 대한 사회연대경제의 공헌을 고려해 본 결의안의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사무총장에게 작성토록 한다는 것 등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사회적경제라고 불리는 사회연대경제는 협력과 민주적인 지배구조와 독립성의 원칙 아래에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운영되는 협동조합, 협회, 공제조합, 재단, 사회적기업, 자조단체, 기타 단체로 정의된다. 사회적경제조직은 유럽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경제·사회분야 주요 행위자 중의 하나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의 사회적경제조직은 2017년 기준 약 280만 개로, 전체 고용의 약 6.3%를 차지한다. 이들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도 오히려 고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 우리가 직면한 극심한 불평등, 기후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연대경제의 활성화가 필수적임이 주장되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이윤과 자본증식만이 존재하는 목적함수로는 현재 지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존재한다. 사람, 환경,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혁신적 사회적금융과 기업들의 수많은 성공사례들이 있다. 위의 유엔 결의안도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폐해를 일부 보완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적경제 부문은 그간의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에도, 고용은 아직 1.1% 수준에 불과하며 법적·제도적 기반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관한 인식전환과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상황이 이러한데 아직도 사회적경제 지원이 충분하다거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나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이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운동권, 좌파들에게 자원을 퍼주는 행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이름에서부터 나오는 거부감은 실소로 넘어갈 수 있다지만 시대정신과 이 분야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변화에 대한 무지는 우리에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유럽이나 캐나다 등의 사회적경제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태동 이후 함께 성장한 것이고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부침이 있었다. 지금도 여러 영역에서 갈등과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은 사회적경제주체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들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논의수준은 실망스럽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과제는 특정 정파의 전유물도, 좌파 운동권만의 당면 목표도 아니다. 새 정부의 작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도 곳곳에 사회적경제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좀비기업을 양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 부문의 취약한 발전단계를 보여줄 뿐이다. 이제라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자생력 있는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더 필요한지,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우리의 자본주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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